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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맛 제3화 “기인(奇人) 으로 살기”

입력: 2006-10-05 09:09:57

제3화 “기인(奇人) 으로 살기” 사람 중에 특별한 능력을 지녔거나 그 재능이 특출 나서 남보다 이상한 행동으로 앞서가는 사람을 기인(奇人) 이라고 한다. 하지만 평범한 사람인데 하는 모습이 세상과 동 떨어져 사는 사람이 또한 기인(奇人) 이라고 한다면 내 친구 중에 한사람도 그런 기인으로 사는 셈이다. 그 친구는 생김새부터 좀 특출 나다. 큰 키에 마른 체구 거기에 얼굴은 서양 조각상 같이 이목구비가 뚜렷하다. 그래서 별명이 영국신사 이었다. 내가 이 친구를 알게 된 것은 식품회사에 취직하여 익산으로 발령받아 온 뒤 이었다. 시골 공장이라 그런지 회사 주변에 과일 나무가 쾌 있었다. 그중에 단감나무는 감이 아주 탐스럽게 열었다. 견물생심이라고 호기심에 집에 걸어 놓으려고 탐스럽게 감이 달린 감나무가지를 꺾는데 “지금 뭐 하시는 겁니까?” 뒤돌아보니 키가 멀 죽 한 경비원이었다. 나는 머쓱해서 아무 말도 못하고 결국 꺽은 감나무는 압수당하고 말았다. 그리고 반년이나 지났을까? 회사에 컴퓨터 동우회가 생겼다. 그 당시에는 교육용 컴퓨터가 주종을 이루고 있던 당시이었다. 내가 초대 회장을 맡아 활동 중 그 친구가 총무가 되고 그렇게 우리는 친해졌다. 이친구와 친해지면서 느낀 점은 사람이 참 순수하고 맑다는 것이다. 나름의 욕심이야 누구나 있겠지 만은 모든 잡기(화투. 바둑. 장기)에 능하면서도 절대적인 욕심을 두지 안했다. 상가 집에 가서 돈을 따도 얼마를 따던 그의 주머니에는 항상 본전이었다.(잃으면 잃은 대로 주머니는 비지만) 그의 주변에는 늘 사람이 들끓었다. 그는 남하고 다툼한번 없는 호인이었다. 모두 다 좋다고 하니 사람이 그의 주위에 모일 수밖에 없었다. 그 것 만이 아니다. 그는 예지를 번득인다. 부동산 감정평가사 시험이 있자마자 응시하여 단번에 붙어버린 실력인데도 부동산가게를 차리기는커녕 자격증을 어디에다 두었는지 기억조차 안하고 있으면서도 어디에 길이 나고 어디 땅이 오를 것인가 곧잘 이야기를 한다. 그이야기를 귀담아 들은 주위에 몇몇 사람은 땅으로 많이 재미를 보았다. (평당 2만원하던 땅이 불과 십년이 안 된 동안에 200만 원정도 가는 곳도 있다.) 그러나 그는 부자도 아니고 땅 투기 꾼도 아니다. 그저 32평 아파트에 밥 굶지 않을 정도로 살며 작은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한 때는 식도락 가로 맛있다는 집은 몇 시간을 걸려서라도 찾아가는 성의를 보인 적도 있다. 한번은 할머니가 하는 해물 우동이 맛있다고 해서 2시간을 걸려 부안 까지 가서 3,000 짜리 우동을 먹으러 갔다 온 적도 있었다. 음식 값보다 차 기름 값이 더나온 배보다 배꼽이 큰 경우 이었지만 내 친구는 그래도 그 소문난 할머니의 진국 맛이 얼마나 좋으냐고 흡족해 하였다. 그 친구는 여자문제에 있어서도 기인이다. 남자이니까? 여자를 물론 좋아한다. 그런데 그는 여자는 꽃의 향기와 같아서 옆에 두고 보아야 제격이지 꺾어 버리면 그 향기가 죽는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여자들하고 테이트를 하면 혼자서 꼭 여자 둘을 데리고 다니며 테이트를 한다. 그래서 그는 여자는 좋아하되 여자로 인해 불미스런 소문은 없다. 물론 부인도 미인이고 하니 다른 여자 생각이 안 나겠지만 말이다. 석고상 같은 아버지와 예쁜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딸 둘도 미인인데 너무 예뻐서 내가 딸들이 어릴 때 미스코리아에 나가도 좋겠다고 농담을 하면 했다가 거의 절교 수준으로 혼난 적이 있었다. “여자는 보여 지는 상품”이 아니라는 것이 그의 지론이었다. 선을 보러갈 때의 일화를 하나 소개하면 공주 유구의 한 시골로 선을 보러가는 서울내기 이친구가 친구들하고 같이 시골에 내려가 모처럼 본 개울가의 시원함에 세수도 하고 물장난도 하고 고기도 잡고 잔득 놀다가 슬리퍼를 직직 끌고 마을로 들어가다가 마침 정자에서 막걸리를 기우리던 동네어른들을 만나 비위 살 좋게 막걸리를 얻어먹었는데 단단하니 떡 벌어진 어깨에 곱상하게 생긴 어른이 술을 따라주며 “총각들은 어디에서 왔소! 서울에서 왔소! 못 보던 청년들인데..?” 슬리퍼를 찍찍 끌고 있는 그 친구를 유심히 보시더란다. 그런데 나중에 선을 보러간 색시 집에 들어가서 색시 아버지에게 인사를 하고 고개를 들어보니 “아이쿠! 이게 웬일 ? 장인 될 어른이 바로 그 어른이 아닌가?” 속으로 선이고 뭐고 다 파장이다 생각했는데 장인어른이 껄껄 웃으시며 “이 사람아! 다음에는 예의를 좀 갖추는 것이 좋겠네!” 하시더란다. 물론 그 집 첫째 사위가 된 것은 물론이지만 나도 그 어른을 뵌 적이 있는데 자수성가하신 분답게 매사에 빈틈없고 분명하시나 인정이 많으신 분이셨다. 지금도 그의 생각과 말은 잠언 투 성 이요 . 엉뚱한 말을 곧 잘하니까? 그의 주변에서는 그는 그런 사람 그렇게 생각한다. 그는 좋아하거나 싫은 내색을 별로 하지 않는다. 세상을 살다보면 좋은 사람도 나쁜 사람도 있기 마련인데 그에게는 늘 모든 사람이 한결같다. 그는 절대 자연이나 사물을 거스르지 않고 사는 사람이다. 이빨이 빠지면 빠진 데로 이빨 빠진 노래를 만들어 부르고 돈이 없으면 없는 데로 가난 타령을 노래한다. 세상과 타협하고 않고 세상과 어울려 사는 내 친구의 기인으로 살기는 언제까지 계속 될지 모른다. 하지만 매우 세속적인 나에게 그런 친구가 있어 한숨 쉬어갈수 있는 쉼터가 되 는 줄 모른다. 막걸리 한 병. 소주 한 병 마시고 세상 다 얻은 양 휘적휘적 걸어가는 그 친구의 걸음 따라 또 지독한 세상 바람이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