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1일 저녁 7시부터 서울역 대회의실에서 고려대학교 바이오유체연구실 신세현 교수의 일반인에 대한 강의가 있었으며 그 내용을 정리해 중계한다.
선행증상 없이 발병하는 침묵의 살인자로 알려진 심/뇌 혈관계 질환은 인류 사망원인의 제1 요인으로 현대인을 위협하고 있다.심혈관계 질환 사망자 중 콜레스테롤 등의 화학적 검사가 정상인 경우가 무려 50%정도이며, 높은 콜레스테롤의 혈액이 혈관을 순환하면서 특정 부위에만 동맥경화가 발생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기존의 학설로는 명료하게 밝힐 수 없고, 바이오칩의 눈부신 발전에도 불구 심혈관질환을 조기에 진단할 수 있는 기술은 아직 개발되지 못한 실정이어서 새로운 진단 기술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처럼 풀리지 않은 심혈관질환에서 그동안 간과 되었던 혈액 유변정보가 새로이 부각 되었다.혈액 유변정보란 혈액이 얼마나 끈적끈적한지 또는 얼마나 혈관을 잘 흐를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로서 혈구끼리 뭉치는 응집성, 혈구가 조그만 힘에도 변형되는 능력, 혈액점도 등과 함께 혈액순환을 결정짓는 물성치로 알려져 있다.
동맥경화, 심근경색 등의 심혈관질환 환자에게서 높은 수치의 점도가 측정되며, 당뇨성 혈관합병증 대부분의 환자에서 혈구의 변형능이 감퇴되어 자신보다 작은 미세혈관을 통과할 수 없을 정도로 경화된 것을 발견하곤 한다. 이러한 비정상적 혈액유변정보는 혈관질환의 초기부터 발견되며, 혈관질환의 발달에 매우 밀접한 관계에 있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혈액의 유변정보가 심혈관질환의 조기진단 가능성이 제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진료현장에서 측정할 수 있는 기술의 공백으로 혈액유변정보는 사용되지 못하고 있어 심혈관질환의 조기진단률은 여전히 낮은 상태이다.
적혈구는 혈액 속에 있는 혈구 중 가장 많은 세포로서 척수에서 태어나 120일 정도의 짧은 생애를 보내면서 우리 몸의 구석구석에 산소를 운반해주는 역활을 한다. 건강한 적혈구는 매우 유연하여 자기보다 작은 미세혈관을 통과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며, 혈구끼리 적당한 크기로 뭉치려는 특성을 보이기도 한다. 노화된 혈구들은 변형능력을 점차 상실하게 되고 체내를 순환하다 비장의 작은 망에 걸리게 되어 대식세포에 의해 먹히면서 일생을 마치게 된다.
혈구가 담겨 있는 핼액에 혈당, 콜레스테롤, 활성산소가 과다하게 높아지면 혈구가 쉽게 병약해지면서 혈구의 변형성이 감퇴되고, 혈구끼리의 응집성은 증대되며, 혈액의 점도는 정상인의 수 배까지 증가한다. 이러한 혈액유변성 악화는 고혈압을 발생시키거나 혈관의 표면을 손상시키고 경화시켜 결국 혈관이 막히게 되는 동맥경화 및 당뇨성 미세혈관 합병증의 원인으로 주목되고 있다. 다시 말해 혈관의 일부가 막히고 손상을 입은 혈구의 서행으로, 이를 만회하기 위하한 자율신경계가 심장에게 고혈압을 지시하여 혈액을 더 많이 내어 보내지만 손상된 혈구와 혈관에 의해 혈액 순환의 병목현상(혈관협착)을 초래하여 결국 혈관경색이라는 최악의 상황으로 발전한다.
특히 고혈당은 혈구 본연의 유연성을 감소시키고 혈관의 손상을 가중시켜, 손상을 입은 혈관의 보호기전에 의해 경화되기 시작한다.
유연성을 잃은 적혈구와 혈관은 서로를 통과시킬 수 없는 상테를 만들어 , 미세혈관 전방지역에 심각한 산소부족 현상이 발생하여 세포들은 괴사한다는 것이 혈액 유변학적 측면에서 본 당뇨성 미세혈관합병증이며, 가느다란 실핏줄이 많은 망막이나 콩팥 부위에서 많이 발생하여 실명이나 콩팥기능 상실을 가져온다.
따라서 혈구 유변정보의 사전검사는 관련질환의 조기진단에 매우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고려대학교 신세현 교수팀은 기계공학의 유체역학 전문그룹으로서,학문의 경계를 뛰어넘어 혈액에 대한 유동현상 및 물리적 특성을 진료현장에서 측정할 수 있는 기술개발에 전력을 다하여 국가지정연구실로 선정되었고, 혈액유변특성 계측분야에서 세계적인 연구팀으로 부상하였다. 최근에는 혈액 한 방울로 혈구변형능과 응집성을 1분이내에 계측할 수 있는 바이오칩을 개발하였다. 연구 결과는 경북대학교 서장수 교수팀과 긴밀한 공동연구를 통해 이상적 유용성이 증명되기도 하였다. 혈액 유변학은 한의학적 혈액순환에 대한 접근방법이 유사하여 중풍과 같은 뇌혈관질환을 대상으로 한의학적 조기진단 및 치료의 효능검증을 과학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 관련기관과의 융합적 연구가 추진되고 있다.
박상구 기자 mast@jin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