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최연화(崔蓮花)

 “아들아! 내 새끼야! 정말 훌륭하게 잘 자라주었구나! 높으신 변호사님인줄 그렇게 소식 들어 알게 되었지만 이렇게 준수하고 훌륭하게 자라주다니 이 에 미는 이제 아무 여한도 없다.  부디 행복하게만 살아다오! 하나님 감사합니다. 이 죄 많고 팔자 험악한 이년의 소원을 잊지 않으시고 들어주셔서 감사하고 감사합니다.  기 붕아! 이 못난 놈아 그래도 네놈이 이 엄마의 소원을 들어주고 갔구나! 못난 놈! 너나나나 팔자 기구해 이렇게밖에 살 수없는 인생이라고 하지 안했더냐! 못난 놈!”

바람이 몹시 불었다. 삼각산 정상 한쪽 바위 위에서서 기붕이의 유골을 뿌리며 최연화 여사는 마음속으로 그렇게 소리를 치며 울고 있었다. 유기붕이와 인연은 어쩌면 아들 훈이 때문인지도 몰랐다. 유기붕은 한 번도 부모의 사랑을 받아 본적이 없는 자이었는데  봉천동 재개발 때 건설회사 용역 경비 대장으로 앞장서서 산동네로 쳐들어 온 적이 있었다. 그는 인정사정없는 자이었다. 그런 그가 최연화와 인연을 맺은 것은 주민들에 의해 몰매를 당한 유기붕을 치료해준 뒤부터이었다. 유기붕은 그 뒤 최연화를 어머니라 부르며 따랐고, 그가 어머니라 부를 때마다 버린 자식  훈이가 생각나 최연화는 기붕이를 아들처럼 생각하엿다. 그렇게 묘한 인연이 되어 자주 들락거리다 보니 최연화의 비밀도 어렴프시 짐작 하게 되고  그렇게 젖도 재대로 못 먹인 자식 생각에 최연화가 울먹일 때면

“엄마! 내가 분명히 그 형을 찾아 엄마 앞에 데려 올 게요?”

그렇게 입버릇처럼 말하더니 결국 죽어가면서 그것을 실천하고 간 기 붕 이었다.

그렇게 직접 만나고 싶었던 아들 권 상열. 어린 때 이름 훈이. 그녀는 그 아이를 결코 한 번도 잊은 적 없이 삼십년을 살았다. 그러나 먼발치에서 바라보고  그렇게 소식만 전해들을 뿐 만날 생각도 그럴 용기도 없었다. 더구나 감히 에 미 라고 밝힐 수도 없었다.

최연화. 그녀는 한때 꿈 많은 여고 소녀이었다. 아버지의 갑작스런 사고로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공장이 남의 손에 넘어가고 어머니가 그 충격으로 쓸어져 반신불수가 되기 전까지 그녀는 꿈 많은 소녀이었다. 고 2학년 때이었다. 밑으로 동생이 3명이나 있었다. 학교를 그만 두고 당장 다섯 식구의 연명을 위해 안 해 본 것이 없었다. 껌팔이. 신문장수. 돈이 되는 것이라면 닥치는 데 로 벌었건만 입에 겨우 풀칠한 정도 이었다.  

그래도 그저 먹고만 산다면 그것으로 족하다고 하고 살았다. 그런데 한번 닥친 불행은 끝이 없었다. 유일한 남동생 최택수(崔澤洙) 가 뺑소니차에 치어 교통사고를 당했다. 당장 입원을 해야 하는데 입원 보증금이 없었다. 그래서 돈을 구하던 차에 청량리 588이라는 사창가 골목의 주인에게 자기 몸을 담보로 하여 돈을 빌렸다.

그렇게 그녀는 처녀인 자기의 몸을 뭇 사내들의 노리개 감으로 전락 시켰다. 여자로서 돈 한 푼 없는 여자로서 할 수 있는 일은 그것 뿐 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악독한 주인을 마나지 않아 빗 은 지지 않고 살았다. 그리고 그녀의 예쁜 외모 덕분에 하루에도 열 명 가까운 손님을 받아 거의 녹초가 되어가고 있었다.

그렇게 아무 희망도 없는 그의 몸과 정신이 멍들어 갈 즈음에 그녀는 돈 없는 한 대학생을 만나 사랑에 빠졌다. 고아인 그 대학생 고 승환(高承煥)은 선배들에게 이끌려 이곳에 왔다가 강제적으로 최연화의 방에 넣어졌다. 그는 그날 밤 연화에게 첫 동정을 바쳤다.  그날 이후 주일에 한번은 승환이 찾아왔다. 그 당시가 연화에게 최고로 행복한 시기이었다.

부드럽고 다정한 승환은 그녀에게 최고의 남자이었다. 그녀의 짖어진 영혼을 맑고 고 은 심성으로 치료해 주었다. 그를 만나 야유회도 놀러가고 극장도 가고 행복한 나날을 보냈다. 그렇게 육 개월이란 행복한 세월이 흘러간 어느 날 덜컥 임신사실을 알게 된 연화는 당황하게 되고 그 아이를 지우려 하였다. 과연 아버지가 누구인지도 모르는데 나아야할 아이가 아니었다. 그러나 승환은 자기가 그 아이의 아버지라고 우기며 아이를 낳으라고 했다.    

그리고 정식으로 결혼 하자고 말했다. 그렇게 그들은 깨끗한 옷을 입고 삼각산에 올라 하늘과 바람과 땅에게 자신들의 결혼을 알리고 동거 생활에 들어갔다. 그렇게 열 달이 흘러가고 배가 만삭이 되어 예정일을 얼마 앞둔 어느 날 승환은 교통사고로 불귀의 객이 되고 말았다. 그녀는 충격으로 아기를 난산하고 깨어나지 못한 채 한 달을 지냈다. 그러는 사이 어머니는 그 피 덩어리를 입양 기관에 맡겼고 아들이 없던 권희철 부부가 아이를 입양해 갔다.

 그러나 그녀는 그 사실을 알지 못했고 그녀가 병원에서 퇴원할 때는 아이를 낳은 지 8개월이 지난 뒤이었다. 그녀는 아이가 태어난 사실조차 몰랐다. 그저 어머니 말로 난산 끝에 죽었다고 들었을 뿐이었다. 그녀는 모든 것을 포기하였고 살기 위해 다시 그곳을 찾았다. 그녀의 몸은 망가질 때로 망가져 몹쓸 매독이라는 병까지

걸리게 되었다. 의사들도 그녀가 전혀 가망이 없다고 했고 언니와 누나 덕에 공부하고 출세한 동생들과 어머니 까지 그녀를 박대하였다.

그녀는 더 이상 버틸 기력이 없었다. 그래서 그녀는 죽을 결심을 하고 수면제를 사서모아 고 승환 이와 결혼식을 올린 삼각산을 찾아가 한쪽 숲속에 약을 먹고 눈을 감았다.   죽기로 결시한 것이었다. 그러나 세사에 죽는 것도 마음대로 못하는 운명이 있었으니 그녀는 조그만 움집을 짓고 수도 맹진하는 스님에게 발견되어 구함을 받는다.

그 뒤로 그녀는 스님과 함께 생활하며 자기에게 숙명 지어진 업 닦음을 하였다. 산속생활이라는 것이 초근목피로 생활하고 인근 깨끗한 용수에서 치성을 드리며 모과 마음을 닦으니 자기 몸에 지어진 형벌 같은 매독도 살아지고 세상을 원망하는 마음에 병도 낳게 되어 심신이 다 건강하게 되었다. 일 년 후 속세로 내려온 그녀는 가정부부터 시작하여 지독하게 돈을 모았다. 그러자 멀리 했던 동생과 어머니가 찾아오고 더러운 것이 혈육의 정이라고 그녀는 그들을 용서해 주었다.

그 뒤 그녀는 돈이 모아지자 세상에서 소요된 자들을 돕기 시작해서 고아원 양로원 재소자들까지 도움을 주었고 그때 알게 된 것이 유기 붕이었다. 그 무렵 그녀의 어머니가 돌아가시면서 처음으로 자기의 처음 살이자 마지막 사랑인  승환 이와의 사이에 아이가 있었다는 소식을 전하며 어느 집으로 입양 간 사실을 알려주었다.

원래 입양이라는 것이 친권을 포기하는 것 이므로 어디로 입양했는지 입양 사실을 알 수 없는 것이나 연화어머니는 연화가 모르는데 그렇게 한 것이 마음에 걸려 어떻게 겨우 손을 써서 그것을 알아내서  연화에게 알려준 다음에야 모든 짐을 다 내려놓은 듯 편한 하게 눈을 감았다.   

하지만 알면 무엇 하나! 더욱 속만 상할 뿐 하지만 연화는 그렇게 멀찍이 아들하고 덜어져 살면서 엄마라고 선뜻 나서지를 못하고 그렇게 훈이 (승환 이와 아들을 낳으면 훈이라고 이름 짓기로 약속했었다.) 를 바라보고 지켜보는 낙으로 힘든 생활을 견디어 냈다. 그리고 훈이(권 상열)가 훌륭하게 자라가면서 각종 매체에 훈 이의 사진과 기사가 날 때마다 스크랩하여서 그것을 모아 놓았다.

그것을 양아들 유기붕이가  훈 이를 찾아준다는 쪽지를 남기고 몰래 가지고 가버려 행방이 묘연했는데 그가 사고를 치고 죽어가면서 훈이 (권 상열)를 자기 앞에 데려다 주었던 것이다.

( 유기붕이가 자기가 모시던 두목 이 철 민을 잔인하게 살해한 것은 그  스크랩 때문이었다. 어느 날 우연찮게 최연화와 유명 변호사인 권 상열이 친 모자 지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이 철민은 그것을 언론에 공개하여 이권을 챙기려 하였다. 만약 그 일이 언론에 폭로 된다면 자기가 처음으로 마음을 열고 어머니로 모시던 최연화가 곤경에 빠지고 아들에 대한 죄책감 때문에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미치자 앞뒤 가리지 않고 이철민을 칼로 난자했다. 이 세상에 자기 이익을 위해 물불을 안가리는 철민이 같은 인간이 유기붕이는 제일 미웠다. 그러나 이 사건을 뭐라고 제대로 설명할 수가 없던 유기붕은 그런 연유로 모든 사건 관계자 특히 검찰에서 미움을 받았고 정신이상자라는 손가락질을 받았지만 끝까지 최연화와 권 상열을 보호하면서 형장의 이슬로 살아 진 것이다. ) 그런 상세한 사실을 잘 모르지만 최연화는 끝내 권상 열과 자신의 모자관계를 함구한 채 죽어간 유기붕이 고맙고 불상했다 그리고 다 시 한번 자기 신세를 생각하니 눈물이 앞을 가렸다.

“여보! 보셨죠! 당신아들 훈이 의 의젓한 모습을 어쩜 그렇게 당신을 닮았는지 몰라요!  지금 대한민국에서 알아주는 변호사라오! 이제 죽어서 당신 곁에 가더라도 당신이 나를 반겨 주실 거예요! 네! 승환 씨 ! 사랑해요! 그리고 기붕 이도 만나걸랑 잘 좀 대해 주구려! 그놈 또한 참 불쌍한 놈 이 라오?”

연화는 서쪽하늘로 넘어가는 노을을 보고 있었다. 그 노을 속에 승환 이와 기붕이가 나란히 손을 흔들고 있었다. 이제 기붕이도 승환이 품에 잘 있을 것이다. 매운바람이 코끝에 걸렸다. 연화는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훔쳤다. 이제 산은 어둑해지고 있었다.

                                 牛 甫  임 인 규

                                       4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