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편 “햇볕 한 소금“

1) 사진 헌 팅

송아 는 오늘도 애지중지하는 니콘 F2 카메라를 챙겨가지고 정신없이 집을 나섰다.

현송아(玄松芽) 는 올해 OO 대학교 창작 예술 부 사진과 졸업반이다.

졸업 작품 사진 및  올 4월에 있을 대한민국 사진전에 출품할 작품을 찍기 위해 연일 막 가을로 접어든 들판과 농촌풍경 등을 찍기 위해 여기저기를 정신없이 떠돌아다니는 작품 헌 팅 을 하는 참이었다.

 무언가 정감 있고 인생이야기가 모토가 되는 사람과 자연. 동물 이런 것이 어울려지는 작품을 찍고 싶은데 몇몇 괜찮겠다 싶은 작품도 어딘지 모르게 뭔가 애매한 구석이 부족한 게 싶어 고심 중이었다.

송 아는 차를 몰아 오늘은 인천 바닷가 마을 쪽을 가볼 요량으로 차를 서울 외곽 도로 쪽으로 꺾어 들었다. 막 언덕 을 올라서려는 찰라 갑작스레 뛰어드는 물체에 급브레이크를 밟았다.

몸이 출렁하며  차가 끽하고 섰다. 창문을 열고  소리를 치려고 쳐다본 순간 사람도 안보이게 종이박스를 가득 실은 리어카가 지나가고 있었고 요크샤 테리어 한마리가 졸졸 리어카 옆을 따르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한 칠십 세정도 되어 보이는 할머니가 힘겹게 리어카를 끌고 언덕을 오르고 있는 것이다.

송 아는 그 할머니를 보니 올 봄에 돌아가니 친 할머니가 생각났다. 외동 손녀라고 무척이나 귀여워하시던 할머니 생각에 일순 눈에 이슬이 맺혔다. 송아 는 급히 차를 한족으로 주차하고 언덕길에서 밀려 내려오는 리어카의 뒤를 힘주어 밀었다. 밀려 내려오던 종이박스 실은 리어카는 다시 올라가기 시작했다.

“아이 구! 거  뉘 신지는 모르지만 고맙구먼! 복 받을 겨~”

할머니는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고는  힘주어 잡아끌었다. 하얀색 강아지가 송아 뒤를 따르면서 짖어댔다. 그렇게 언덕을 올라온 후 할머니는 꾹 눌러쓴 모자와 수건을 벗었다. 얼굴은 온통 주름투성이이지만 인자한 미소가 번지는 할머니의 얼굴은 고와 보였다.

“ 고맙소! 색시 ! 예쁜 색시가 맘씨도 곱지? 덕분에 잘 올라왔어!”

할머니는 주름진 손으로 고 은 송 아의 손을 잡고 연신 고맙다는 말을 하더니 무언가 생각난 듯 꾀죄죄한 주머니에서 눈깔사탕을 하나 꺼내 송 아에게 주었다.

때에 절 은 주름 낀 손. 손톱사이에 새까만 때가 좀 꺼림칙했지만 송 아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환하게 웃으며 눈깔사탕을 까서 입에 넣고 우물 거렸다. 할머니는

“ 아유~웃는 얼굴이 해처럼 밝고 맑다! 예쁘네!”

하시면서 활짝 웃는 이바진 웃음처럼 송 아의 입속에서 혀의 놀림 따라  눈깔사탕은 달고 끈적끈적한 인정의 작은 행복감을 주었다.

언덕배기에서 바라본 초라한 산동네. 전형적인 달동네의 고즈넉하고 쓸쓸한 분위기가 코끝이 싸하게 송 아의 가슴에 닺았다. 송 아는 갑자기 작품구상이 떠오르고 사진을 직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풍경이니 정물이니 해도 사람냄새가 나는 인정어린 사진이 좋은 작품소재가 되는 것이다.

“할머니! 잠깐만요! 금방 다녀 올 테니 여기 계셔요!”

송 아는 말을 던지듯 내 뱉고 정신없이 언덕배기를 내려와 차를 몰고 언덕으로 올라왔다.

우선 차를 공터 한쪽에 주차시키고 카메라를 꺼냈다. 할머니는 강아지를 안고 웃으면서 쓰다듬고 계셨다.  할머니의 하얀 머리와 강아지의 하얀 털이 묘한 대조를 이루며 햇볕에 반짝이고 있었다. 그 모습이 너무 아름다웠다. 송 아는 그 모습에 정신없이 셔터를 눌러댔다.

대개의 할머니들이 그러 하듯이 할머니도 사진 찍기를 좋아하지 않으신지 자구 외면하는 바람에 연속해서 셔터를 눌러 댔지만 과연 좋은 구도의 작품이 나왔는지는 현상을 해봐야 알 것 같았다.

“색시! 사진사 이었소! 젊은 색시가 별걸 다 하는고 만!”

할머니는 여자가 사진을 찍는 것이 신기 한 듯 옆에 오셔서 카메라를 바라보며 어린애처럼 호기심을 보였다.

“할머니는 ? 요즘 여자 남자가 어디 있어요! 여자들도 다해요!”

정오가 가까워 오는지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아! 참~ 색시! 점심때도 다 됐는데 우리 집에 가서 점심먹지! 힘들게 리어카도 밀어 줬는데.”

할머니가 송 아의 손을 잡고 억지로 언덕 아래로  끌어 내리려 했다. 송 아는 한사코 사양했지만 왠지 금방 앵~ 토라져서 서운해 하시는 할머니의 얼굴도 그렇고 어차피 이곳에서 식당을 찾는 일도 쉽지 않을 것 같아서 내기치 않지만 할머니를 따라 가기로 했다.

할머니의 집은 언덕배기 중간 지점의 한쪽 기슭에 있는 판자가 너절너절 이어져 있는 전형적인 달동네 판자 집이었다. 그런데 주변에는 집들이 다 부서져 있었고 달랑 할머니 집만 한 채 남아  을씨년스럽고 외로워 보였다.  그 한참아래에는 포크레인이 집들을 철거하고 있었다.  송 아는 이제 인천 가는 것을 포기하고 오늘은 이곳에서 작업하기로 했다.  

                               牛甫 임인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