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집  옆에는 아파트 공사인지  연립 주택인지 공사가 한창이었다. 이곳 봉천동은 이미 개발지역으로 확정되어 판자 집이 철거되기 시작 하고 한쪽에서는 공사들이 한창이었다.

위협적으로 하늘높이 올라가는 콘크리트 건물과 다 허물어져 가는 누덕누덕한 판자 집이 묘한 대조의 어울림을 주고 있었다. 부유와 가난이라는 고질적인 현대 현상이 고스란히 존재하는 곳이었다. 사진은 빛과 셔터(시간)의 예술이다. 같은 대상이라도 빛의 포착과 순간의 구성이 좋은 작품을 안겨주곤 했다.

여기저기 셔터를 누르기에 정신없는 송 아에게 어디선가

“색 시~ 색~시 ”

하고 부르는 소리가 나서 뒤돌아보니 저 멀리 할머니가 손을 흔들며 자기를 부르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쾌 언덕 아래로 내려와 있어 할머니가 멀리 보였다. 그만치 사진 찍기에 열중하고 있었던 것이다. 웃으면서 헐떡거리며 언덕을 올라와 학학 거리는  송 아를 보며 할머니는 이바진 웃음을 웃으며 앉기를 권했다.

“힘들지! 안 올라 다니던 사람은 다리가 아마 뻣뻣 할거야! 배고프지! 어서 이리로 와서 앉아!”

할머니는 햇빛이 눈부시게 쏟아지는 마당 한쪽 평상에 나무밥상을 차려 놓으셨다.  

밥상위에 양은 냄비에 된장찌개가 구수한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그 냄새를 맡으니 염치없이 뱃속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 얼핏 시계를 보니 오후 1시가 넘어 있었다.

“잠깐만요! 손 좀 씻고요!”

송 아는 마당 한 쪽의 수돗가에서 손을 씻고 평상에 앉았다.

“찬은 없지만 많이 들어요! 젊었을 때는 그저 밥이 보약이여!”

할머니는 찌그러진 양은 대접에 푹 퍼진 보리밥을 먹음직스럽게 담아서 송 아에게 건네주었다. 정말 밥상은 초라했다. 좀 시큼한 냄새가 나는 김치와 무 우 짠지. 새우젓 .된장에 풋고추 몇 개. 상추 한 소쿠리. 유일한 된장찌개 양은 냄비가 그나마 중앙에 턱 버티고 있어서 조금 어울려 보였다. 정말이지 집에서 엄마가 이렇게 밥상을 차려 주셨다면 아마 짜증을 냈을 것이다.

하지만 송 아는 넉살좋게

“할머니! 참 맛있어 보이는 보리밥이네요! 잘 먹겠습니다.”

하고 덥석 할머니가 주시는 양은 대접을 받아들고 된장찌개를 넣어 썩썩 비비기 시작했다.

이런 넉살은 작품 헌 팅을 다니면서 생긴 여유이자 습관이었다. 여기저기 작품을 찍는답시고 뛰어 다니다 보며 밥을 굶거나 겨우 과자 몇 조각으로 때우기가 일수여서 시골에서 참이나 점심을 먹을 때 이런 인심을 베풀며 마다않고 달려드는 배짱(?) 이 어느 정도 생겼고 시장이 반찬이라고 무조건 밥이고 반찬이고 맛있었다.

그런데 오늘 된장찌개는 죽여주는 구수한 맛 이었다. 아마 할머니의 푸근한 인정과 손맛이 가미된 탓이리라!

“색 시 !참 맛 있게 먹는구먼!  좀 더 먹어! 먹는 것도 젊은이가 먹어야 맛있어 보여!  ”

맛 잇게 볼을 오물거리며 밥을 먹는 송 아를 부드러운 시선으로 손 주 보듯 바라보시던 할머니가 한마디 했다.

“아니 예요! 됐어요! 저 많이 먹었어요!”

송 아가 밥알이 뛰어나오는 입으로 손까지 흔들면서 사양을 하였다. 정말 배가 부른 것이었다.

“할머니! 밥 잘 먹었습니다. 밥값으로 설거지는 제가 할게요!”

맛 잇게 한 그릇의 밥을 먹고 난 송 아는 밥상을 들고 부엌으로 들어갔다.  채 한 평도 안 되는 작은 부엌은 옹색스러운 찬장하나. 연탄아궁이. 이런 것이 을씨년스러워 보였다. 수세미를 찾아 가지고 수돗가에 쪼그리고 앉아 몇 개 안되는 그릇을 닦고 있는 송 아를 바라보며 할머니는

“ 뉘 집 자식인지? 참 싹싹하고 친절 한 게 손 주 며느리 삼고 싶고 만!  흐 ~흑”

무심코 혼자 말처럼 되 뇌이시는 할머니는 그만 무명치마 한족 깃을 잡아 눈물을 닦아 내셨다. 그리고는 치마를 들쳐 속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불을 붙이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깜짝 놀라 설거지를 급히 마치고 손을 닦으며 할머니 옆에 앉은 송 아를 보고 할머니는  넋두리 비슷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 하셨다.

“나도 옛날에는 가난했지만  행복하게 살았어! 아들 녀석이 하나 있었는데 잘 생기고 부모한테도 효도하는 그런 녀석이었지. 다행히 장가도 일찍 가서 참한 며느리가 들어와 나한테도 잘해주고 떡두꺼비 같은 손자 녀석도 턱 나아 안겨주니 정말 사람 사는 것 같았지. 헌 데 아들 녀석이 다니던 공장에서 다리를 다쳐  한쪽 다리를 절게 되었는데 보상도 재대로 받지 못하고 쫓겨났지! 휴 우~”

할머니는 옛날생각이 나는지 한숨을 한번 푹 하고 내쉬었다. 생각만으로도 괴로우신 모양이었다.

            牛甫 임인규

                            3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