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햇볕  한소금의 행복

송 아는 할머니의 이야기를 중단 시키고 싶었으나 설음에 절은 듯한 할머니의 눈을 보고 그만 덜컹 마음이 내려 앉아 가만히 있었다. 할머니의 이야기는 계속 되었다.

“ 당장 먹고 사는 것이 문제가 되니 할 수 없이 며느리가 식당을 다니게 되었지? 그런데 식당일이라는 것이 늦게 까지 하니까? 며느리가 매일 저녁 늦게 들어오고 피곤에 지쳐 있으니까? 아들 녀석이 자격지심인지 아니면 마누라를 의심하는지 하루가 멀다 하고 싸움질을 했지?  그러자 며느리가 어느 날 다른 녀석과 눈이 맞아 야반도주를 했어! 아들 녀석은 술만 퍼 마시다가 며느리를 찾는다고 나가서 지금까지 소식이 없어! 휴~우~”

할머니는 여기서 이야기를 중단하고는 고개를 숙이고 소리 없이 우셨다.

송 아는 난처했다. 이런 경우 섣불리 위로를 할 수도 없고 참으로 처신하기가 곤란했다. 한참을 우시던 할머니는 말없이 송 아가 꺼낸 준 수건으로 눈물을 닦으시고 코를 팽하니 푸신 뒤 담배를 다시 꺼내 피우신 뒤 나머지 이야기를 시작 하셨다.

“ 그때부터 손자 녀석하고 둘이 살면서 박스 줍기를 시작 했지? 입에 풀칠이라도 해야 되었으니까? 그럭저럭 살았는데 작년에 다섯 살 먹은 손자 녀석이 지 애비 에 미 기다린다고 큰길에 나가 있다가 교통사고를 당해 하늘나라로 먼저 가버렸어! 휴~우 ”

할머니는 멍하니 눈물을 뚝뚝 흘리셨다. 손자 생각이 나신 것인 모양이다.

“ 그때 같이 죽었어야 했는데 쾌심한 아들 며느리 만나기전엔 고 예쁜 녀석 죽은 게 억울해서   따라 죽을 수도 없더라고?  휴 ~우~ 그래서 모진 게 목숨이라고 지금가지 이리 버티고 있지! 그런데 어느 날 이놈이 주인을 일었는지 주인이 버렸는지 비 오는 날  길에서 떨고 있더라고 ? 그래서 이놈 동무삼아 오늘까지 같이 살고 있어!  색시! 내가 공연한 애길 했지 ?  ”

할머니는 강아지를 가만히 쓰다듬었다. 강아지도 할머니의 마음을 아는지 끙끙거렸다. 강아지는 할머니의 유일한 가족이었다. 할머니의 손자고 아들이고 말동무 이었다.

이제 햇볕은 더욱 강렬해져 평상을 따갑게 비추었다. 할머니는 강아지를 안고 지금까지의 설움을 잊으신 것처럼 행복한 표정을 지으시며 말씀하셨다.

“색시! 나는 이시간이 제일 좋아! 그냥 이놈을 안고 따듯한 햇볕 한 소금을 쬐이고 있으면 난 햇볕 부자가 된 기분이야! 이 햇볕 한 소금이 나에게 모든 행복을 가져다주지 ? “

그러면서 할머니는 지그시 눈을 감으셨다. 정말 햇볕을 즐기시려는 것처럼.

소아는 자기도 모르게 그 모습을  사진에 여러 장 담았다. 그렇게 행보한 표정은 일직이 본적이 없었으니까?

“ 아유~할머니! 오늘은 집에 계셨네!”

그 평화로운 행복을 깬 것은 굵은 남자의 목소리였다. 송 아가 셔터를 누르다말고 뒤돌아보니 사십대의 대머리가 벗겨준 사내가 요란스런 꽃무늬 남방을 걸치게 서 있었고 그 옆에는 테가 굵은 안경을 쓴  검은 양복의 젊은 사내가 서류가방을 하나 들고 서 있었다.

“ 나는 안 나가! 우리 아들 오기 전에 절대 집을 비어 줄 수 없어! 그러니 헛고생 말고 돌아 들 가!”

할머니는 냉정하고 쌀쌀하게 말하고서는 벌떡 일어났다.

“할머니! 왜? 또 이러셔요! 이제 이곳에는 할머니 집만 남아 있어요? 일주일 내로 할머니가 지장을 찍어 주지 않으시면  이제 저쪽 건설회사에서도 강제로 철거를 한답니다.”

대머리 황 만덕(黃 萬德)통장은 침을 튀기며 할머니에게 말하면서 손수건으로 연신 대머리를 닦아 내렸다. 

“맘대로들 혀! 그려도 난 죽어도 여길 못 떠나! 우리 아들 오기 전 에는? 내가 떠나면 우리 아들은 돌아올 집이 없어!”

할머니는 완강했다. 그리고는 할머니는 신발을 싣고 빈 리어카를 끌고 언덕을 올라갔다. 강아지가 그 뒤를 졸래졸래 따라 올라갔다.

“원! 노인네도 고집하고는 황소 옹고집이라니까? 김 과장님! 오늘은 안 되겠어요? 저녁에 제가 또 한번 찾아올게요!”

황통장이 옆에 서있는 검은 양복에게 굽실거리며 비굴하게 말했다.

“황 만 덕 씨! 이렇게 되면 곤란합니다. 어차피 황만 덕 씨가 책임지기로 한일이지 않습니까?”

서류가방을 들고 있던 삼심대로 보이는 검은 양복이 비굴하게 굽실거리는 황 통장에게 삿대질을 하며 소리를 치다가 화가 나는지 굵은 테 안경을 벗었다 섰다 하면서 언덕을 내려가고

“아 유~저걸! 젊은 녀석이 딱딱거리긴? 아! 그 철수 녀석만 있으면 일이 쉽게 해결 될 텐데?  정말 어디 가서 죽었는지 3년 채 소식이 없으니.”

 통장 황 만덕 씨는 혼자 투덜대다가 저만치 씽씽 걸어 내려가는 양복쟁이에게

“김 과장님! 같이 가요!”

하고 소리를 치며 급하게 언덕을 내려갔다. 송 아는 그런 그들을 어이 없이 바라보다가 사진을 찍을 마음이 더 이상 생기지 않아 카메라를 가방에 넣고 언덕에 올라 차에 시동을 걸었다.

                 牛甫 임인규

                                4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