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나에게 햇볕을 돌려줘요!
봉천동을 다녀온 송 아는 졸업 사진 준비와 대한민국 사진전 출품준비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어서 할머니의 생각은 까맣게 잊고 있었다. 대한미국 사진전에 출품은 할머니를 찍은 사진으로 “햇볕 한 소 곰“ 이란 제목으로 출품을 하였다. 그리고 졸업을 한다. 취업준비를 한다. 정신이 없어서 할머니를 한번 찾아가 보려고 했는데 마음뿐이지 그게 쉽지를 안 해서 그렇게 세월을 보냈다. 그 즈음 봉천동에서는 연일 데모다 뭐다 해서 시끄러웠다.
시민 단체와 쫓겨 난 철거민들과 행복 건설 회사 와 팽팽하게 연일 맞서고 있고 그 중심에 송아 가 만났던 황 간난 할머니가 있었다. 할머니의 집 위에 아파트가 들어서 버리니 할머니가 누리던 유일한 행복인 햇볕 바라기를 할 수 없어서 그것을 찾아 준다는 이들의 설득에 노구를 이끌고 앞장서서 데모에 나서고 있었다. 건설회사에서는 어차피 할머니 집도 철거 대상이므로 할머니 이야기나 주장은 터무니없다는 것이었다. 할머니는 완강했다.
어디서 그런 기운이 나시는지 연일 젊은 사람들과 부딪쳐도 악을 쓰고 일어나셨다.
그렇게 몇 달이 흘러가고 대한민국 사진전 입상 발표가 있었는데 현송아가 출품한 “햇볕 한소곰”이란 사진이 최우수상을 차지하였다. 현 송 아는 일약 신인 작가로 취재에 응하느라 바빴고 원서를 낸 OO 신문사 사진부에 취직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전국적으로 신문에 난 이 사진을 보고 시민 단체는 이 사진을 커다랗게 확대해서 데모에 써 먹었고 할머니도 덩달아 유명해 졌고 강원도 어느 탄광에서 일을 하던 할머니 아들 김 철수도 이 사진과 동네철거 소식을 듣고 돈이 생길까? 싶어 서울로 가는 야간열차를 탔다.
서울에 도착한 김철수를 누구보다도 반긴 것은 대머리 통장 황 만덕 이였다.
황 만 덕 이는 철수를 데리고 근사한 음식점 별실로 안내 했다. 그곳에는 안경 잽이 행복 건설의 김 동구과장이 기다리고 있었다. 명함을 꺼낸 김 과장이
“김 선생님! 오래 기다렸습니다. 어머님! 고집이 웬만 하셔야지요!”
하면서 가지고온 서류를 내보이면서
“지금 다른 사람들은 평당 40만원 밖에 보상을 못 받았어요! 특별히 선생님 집은 그 두 배인 80만원씩을 쳐 드리겠습니다.”
김철수는 가슴이 두근두근 했다. 80만원 씩 보상을 받으면 아파트를 사서 어머니를 편히 모실 수 있다고 생각 했다. 그런데 아무 말로 않고 있자! 김 과장이 입맛을 다시며
“ 그럼 백만 원 쳐 드리겠습니다. 그 이상은 절대 안 됩니다.”
철수는 두말없이 서류에 이름을 쓰고 지장을 찍었다.
할머니는 아들이 왔다는 말에 정신없이 집 쪽으로 뛰어 가기 시작 했다.
그런데 집에 도착하니 포크 레인이 자기의집을 헐어 내고 있고 그 옆에는 대머리 황통장과 건설사 양복쟁이 그리고 아들이 웃으면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할머니는 기가 막혔다.
“철수! 이놈!”
할머니가 소리를 지르며 아들에게 달려들었다. 아들이 어머니가 멱살을 잡는 것을 뿌리치며
“어머니 보상 많이 받았어요! 우리 큰집에서 산다고요!”
하면서 할머니를 달랬다.
“이놈아! 이게 어떤 집인데~ 내 자식 죽은 그 자식~”
할머니는 그렇게 땅바닥에 주저앉아 울다가 집 뒤로 돌아가 농약 병을 가지고 와서 마셔 버렸다. 철수는 당황 했다. 엠블런스 가 달려와서 할머니를 실고 병원으로 달려갔다.
송 아는 사진 기자로 취직이 되어 교육을 받고 현장에 뛰어 다니느라 바빴다. 지방 축제 취재를 하고 있는 송아 에게 본사에서 긴급 호출이 왔다. 취재를 접고 빨리 서울 대학 병원 응급실로 가보라는 것이었다. 송 아는 서둘러 차를 몰아 서울 대학병원 응급실로 향하였다. 서울 대학병원 앞에는 자신의 작품인 “햇볕 한소곰“의 사진을 확대해서 피켓으로 만들어 들은 사람들이 모여서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 황 간난 할머니를 살려 내라!”
“햇볕 한소곰의 행복을 돌려 줘라!”
“ 행복 건설은 각성하라! 각성하라!”
송 아는 가슴이 철컹 내려앉았다. 할머니 이름은 모르지만 사진을 보니 분명 할머니의 신상에 무슨 일이 있는 것이 분명했다.
“할머니! 할머니!”
응급실로 뛰어가는 송 아는 눈물이 왈칵 쏟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