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낸 女子, 끝난 男子

                   牛 甫  임 인 규

그 첫 번 째 고백

“랑아! 왜 소식이 없는 거야! 왜? 나를 답답하게 하는 거야!”

“보 바“는 오늘도 문자를 보낸다.

어느 날부터 그녀에게서 소식이 끊어졌다.

문자는 가는데 답신은 없다. 전화벨을 울려도 음악만 나올 뿐 결국은

“전화를 받을 수가 없으니 소리샘으로 연결 됩니다.”

하는 안내멘트를 듣고 만다. 소리샘으로 연결하여 제발 소식을 달라고 통사정을 해도 그녀로부터는 한마디의 연락도 없었다. 그는 그녀에게 끝난 男子가 된 것이다.

가끔 잠적하던 그녀 이였기에 혹시나 잠수를 타지 안했는가? 기다려 보기로 했지만

시간이 가고 날짜가 지나도 그녀에게는 연락한번 없었다.

그는 미칠 것 같았다. 그녀가 그를 “내 사랑 바보”라고 지칭하여 “보 바”라고 거꾸로 부른 것처럼 그는 사랑의 바보가 되어 미쳐가기 시작했다. 그의 상상 속에 하루 종일 그를 비웃는 그녀의 얼굴이 떠올랐다 사라졌다. 이대로 가다가는 미쳐버린 것 같은 그는  단단히 결심하고 주소만 달랑 가지고 비오는 날 그녀를 찾아 가기로 했다. 그날 그는 그의 비밀 노트에 다음과 같이 썼다.

“이미 떠난 女子

  만나서 무엇 한단 말인가?

  이젠 정말 종지부를 찍고 싶은데

  빤한 것을 알면서

  왜?

  나는 거기서 헤어나지 못할까?

  찾아가야 만난다는 보장도 찾아서 만나다 해도

  그 얼굴, 그 표정 무엇으로 감당하나!

  하지만 난 이대로는 안 된다.

  왜?

  내가 내 자신을 수습하지 못할까? 바보같이“

D 시는 그리 작은 도시가 아니라서 주소만 가지고  그녀를 찾는다는 것은 어려운 것이었다. 이 동네에서 저동네로 비는 쏟아지는데 우산도 없이 생쥐처럼 비를 홀 딱 맞고 2시간을 헤매었다. 겨우 알아낸 것은 그녀가 현재 기거하는 가게 전화번호 정도이었다. 그 가게로 전화를 했다. 가게 안내 멘트가 나오고 전화가 벨이 울리더니 끊겼다. 다시 그녀의 핸드폰으로 전화를 하자 그녀가 전화를 받았다.

“왜? 이래! 이제 는 다시는 만나지 않아! 이곳에 오면 나 죽어 버릴 거야! 뭐 하러 왔어! 그냥 이대로 날 좀 내버려둬! 이렇게나마 나를 숨 쉬고 살게 하려면 거기서 조용히 돌아가 줘! 사랑! 미안해! 그딴 것 잊은 지  오래야!  나! 원래 그런 여자야! 그것이 내 사랑 방식이야! 그래 당신이 최고였어! 2년 동안 난 행복했어! 그게 다야! 나 죽는 것 보려면 찾아와! 제발 부탁이야! 거기서 멈춰줘! 그리고 남자답게 나를 잊어줘! 행복? 글쎄 나에게는 낮선 단어야! 그러니 힘들겠지만 제발 잊어줘! 당신이 최고였어! 날 사랑 했다면 그 기억으로 날 잊어줘! 미안해! 미안해”

그녀의 그 목소리를 듣고 그는 더 이상 거리를 헤매지 못하고  미친 듯이 고속도로를 달려 집으로 돌아왔다. 하얀 백지가 된 정신으로 그렇게..

“아! 모든 게 싫다. 그녀하나 때문에 내생활의 리듬이 깨어져 버렸다.

마음한구석에 헤어질 것이라는 불안은 늘 있었고 요즈음 만날 때마다 그녀는 늘 짜증을 내고는 했다. 소나기가 내리기전 먹구름이 몰려오는 것처럼 그것이 우리 사랑의 파멸의 징조이었다. 그렇게 돌아오고 난 뒤 3일째 그녀에게 연락을 하지 안했다. 전화도 문자도  보내지 안했다. 문득 문득 그녀생각에 몸부림치지만 참고 참았다.  밥은 먹었을까? 무슨 상관이람! 그녀는 이제 홀가분해서 날아 갈듯 한 기분인지도 모른다. 그게 다이다. 엄연한 현실 그녀는 내 곁에 없다. 우리는 헤어졌고 아니? 일방적으로 내가 그녀에게 버림을 받았다. 죽고 싶었다. 죽음! 그게 현명한 일일까? 과연 그녀가 현명한 판단을 한 것인가? 나는 아직도 괴로운데 그녀는 그렇게 간단하게 나를 지워버렸는가? 무엇인가? 돌파구가 필요한데 다른 여자를 사귈까? 아니다! 아직 그녀의 미련이 남았는데 다시 얽히긴 싫다. 진땀이 난다. 온몸이 땀범벅이 된다. 쓸쓸한 웃음이 흘러나왔다 마음이 허하다“

그가 쓴 비밀노트의 메모이다. 그는 정말 이름처럼 바보일까? 좀 더 그의 노트를 더 들여다보자!

“새벽이다.

그녀가 생각나는 새벽이다. 돌아오는 길  나는 빗속에서 온통 하얀 기억 밖에 없었다. 그것은 차라리 통곡하는 것보다 더 가슴이 저려왔다. 내리는 비는 내대신 눈물의 통곡을 보내는데 나는 하얀 백지의 머리로 한 시간을 달려왔다. 그리고 정육점에서 돼지고기를 샀다. 시뻘건 고기 덩어리. 그것이 나의사랑인가?  집에 돌아와 듬성듬성  김치를 썰어 냄비의 반쯤이나 고기를 넣고 새 빨간 고춧가루를 듬뿍 넣어 김치찌개를 끓였다. 그리고 지독히도 매운 김치찌개를 눈물을 찔끔거리고 먹어치웠다. 그리고 이내 이불을 덮고 잠을 잤다. 그녀에 대한 생각도 울분도 그렇게 백지 속에 억지로 쑤셔 넣고 잠을 청했다. 그렇게 정말 바보처럼 몇 시간을 잤다. 그 동안 못잔 잠을 보충이라도 하려는 것처럼 그러고 신통하게 이틀이지나 3일째인데 전화도 하지 않고 문자도 보내지 안했다. 이제 그녀에 대한 생각은 가슴속 문신으로 남을 것인가? “

생각해보면 그녀와의 사랑은 축복받지 못한 사랑이었다.

어느 연속극의 대사처럼 “보 바”가 그녀를 못 잊는 것은 마음 편하게 가지고 놀만한 육체의 상대가 없어서일까? 죽여 버리고 싶은 그녀! 배신감에 그는 이렇게 치를 떠는데 그런데 그가 다니는 회사에서 이루지 못할 사랑 때문에 그 사랑의 상대와 동반 자살한 동료가 생겼다. 그의 가슴이 철렁했다. 어쩌면 그가 그 대신 희생된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과 그는 참! 멋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때의 그의 노트다.

“이루지 못할 사랑 때문에 동반 자살한 회사동료가 생겼다. 그가 멋진 것일까? 이렇게 참아내는 나는 정말 바보인가? 머릿속이 헝클어지고   모든 것이 짜증스럽다. 입에서는 죽음 이라는 단어를 수없이 읊조리고 다니지만 나는 용기도 없어 실천도 못 옮기고  텅 빈 사무실에서 이글을 쓴다. 내가 나를 이기지못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데 나는 끝난 여자 하나 잊지 못하고 이게 무슨 짓인가? 가슴으로 감내하고 가슴으로 묻어야하는 것이 사랑인가? 모르겠다. 아무생각이 안 난다. 머리로 이해의 산술을 풀지만 몸과 마음이 따라주지를 않는다. 그녀의 이름 석 자 섬뜩하게 떠올랐다 이내 고개를 저어 지워버린다. 억지로 라도 그녀를 잊어야하는데 그것이 잘 안 된다.답답한 나! “

그녀에게 다시 대답 없는 문자를 보내기 시작하는 “보 바”

그는 핸드폰에 글자판이 달도록 문자에 매달려 살았다. 때로는 사정하고 때로는 협박하고 그리고 그런 자신이 미워서 화를 내고 미쳐가고 있었다. 그는 정말 바보였다. 세상 남자들이 다 그 같다면 세상은 어떻게 되었을까? 그녀는 무반응인데 혼자 화내고 울고 자신을 미워하고 정말 사내라는 이름을 달기도 부끄러울 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