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세한도(歲寒圖) 의 비밀

환전 김은설 선생의 집은 광릉수목원 쪽에 인접해 있어 소나무가 많은 계곡이었다. 유럽 여러 나라를 여행했다는 [제인]도 집으로 들어가는 내내 그 아담하고 아름다운 풍경에 매료되어 “원더풀”를 연발하였다. 그렇게 집에 도착하자 집을 둘러쌓고 있는 풍경(風景)은 마음까지도 편안하게 해 주었다.

집은 아담한 2층 양옥이었으나 한옥스타일로 지어져서 아주 운치가 있는 멋진 집이었다. 역시 국전작가가 사는 집은 뭔가가 다르다고 느꼈다.

“어서 오십시오! 환영합니다.”

김은설의 부인 오양옥(吳良鈺) 여사는 기품 있는 한복차림으로 부드러운 미소를 간직한 전형적인 동양여인이었다. [제인]박사는 한복이 아름답다고 호들갑을 떨었다. 마치 이상한 나라에 온 엘리스마냥 눈이 휘둥그레져서 역시 감탄사를 연발하였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김은설 박사는 자꾸 신경이 쓰였다.

저녁은 신선로를 구비한 전통한식이었는데 처음 먹어보는데도 참으로 맛깔스럽고 정결했다. 매운 김치를 덥석 깨물어 먹은 [제인]이

“아유! 매워! 워터! 워터!”

하고 눈물을 흘리며 안절부절 못해서 한바탕 웃음바다가 되었다. 집사가 가져다준 물을 연거푸 마시며 혀 까지 빼어 물고 난리법석을 떨었다. 식사가 끝난 후 차를 한잔 마시기가 무섭게 로버트 킴이

“ 선생님! 어서 완당(阮堂) 선생님의 세한도(歲寒圖)를 보여 주십시오! 그 그림의 비밀을 알고 싶습니다. 선생님!”

그렇게 조심스럽게 이야기 하였다. 하긴 로버트 킴 박사는 캐나다 비밀 연구소에서 “유체이탈” 실험에 실패하고, 석수미, 곤지. 존룐의 이적행위(異蹟行爲)를 보고 카토오 박사의 정신착란 증세등 수많은 유여곡절을 겪으면서 겨우 알렌박사를 달래고 얼러서 동양철학에 몰두하기 시작했고, (牛甫 임인규 지음 ”마고여신 석수미 26편 “마미현세”에서 29편 “유끼고.에바” 참조)   그러던 중 그는 알렌박사 집무실에서 나무송판에 음각된 이상한 그림 하나를 보게 되었다. 그림은 무척 단순하였다. 한 채의 집에 나무 두 그루가 대칭으로 서있는 조금은 쓸쓸한 그림이었다.

“알렌박사! 이게 무슨 그림입니까? 마치 낙서와도 같은 그림 같은데,,”

로버트 킴 박사가 그렇게 이야기를 하자 알렌박사가 너털웃음을 웃으며

“하하하 이 유명한 세한도(歲寒圖)를 보고 낙서그림이라니요! 좀 너무 하셨습니다. 하하하”      

그렇게 이야기 하며 그림 옆에 있는 발문(跋文)을 소개 시켜주었다.

“이 그림은 추사(秋史 ) 김정희(金正喜) 선생이 ”윤상도의 옥사“에 관련되어 제주도에 귀양살이를 하고 있을 때 지위와 권력을 박탈당한 선생님과의 사제 간의 의리를 저버리지 않고 북경으로부터 귀한 책을 구해다준 제자  우선(藕船) 이상적(李尙迪)의 인품을 소나무와 잣나무에 비유하여 그 답례로 그려준 그림으로 탐욕과 권세에 아부하지 않고 오직 지조와 의리를 지킨다는 뜻을 담고 있지요! 학자로서 하나쯤 간직할 만한 그림이지요! 제게 복사본의 그림이 있는데 하나 드릴까요?  ”

그렇게 이야기를 건네자 다시 그 그림을 보게 되고 잣나무와 소나무의 그림을 바라보니 그 공간의 여백이 신경이 쓰였다. 그는 좋아 라 하고 세한도의 복사본을 얻어 집에다 걸어놓고 시간이 날 때마다 그림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그래 저런 여백이라면  유탈된 영 K-2D-SR가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이 확보될 수 있을지 몰라! 그런데 이 그림에 어떻게  유탈된 영 K-2D-SR 가 들어갈 수 있냐 인데, 음! 어쩌면 알렌박사가 그 해답을 알고 있을지 몰라! 지난번 캐나다 연구소에서 내가 두 눈으로 본 그 현상. 그 동양의 알 수 없는 이적(異蹟)의 현상(現像)을 직접 경험하면 그 해답을 찾을지 몰라!  ”

그렇게 생각이 미친 로버트 킴 박사가  알렌박사를 찾아가 졸랐다. 몇 달간 끈질기게 알렌박사를 조른 결과 알렌박사가

“좋습니다. 로버트 킴 박사의 그 끈질긴 성화에 두 손 두 팔 다 들었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한국에 계신 환전(幻田)  김은설(金恩雪) 선생님이 동양화의 대가 이신데다 그림에 대한 견식도 높으시고 특히 선생님은 동양에서 비전(秘傳)되어 오고 있는 기문둔갑술(奇門遁甲術)에 조예가 깊으시고 신선도(神仙道)의 전령(傳令) 이시기도 하니 로버트 킴 박사님의 고민을 해결해 드릴 수도 있을 겁니다. 자! 여기 이메일 주소가 있으니 메일을 한번 보내 보시지오!  ”

그렇게 얻은 주소로 연락이 닿아 이메일을 주고받은 후에 초청을 받았고, 마침 [카토오. 스시] 박사의 병도 완치되어 요양원에서 퇴원한 뒤라 겸사겸사해서 한국을 방문하게 된 것이다. 그는 세한도의 비밀을 풀고 싶었다. 특히  기문둔갑술(奇門遁甲術)이니 신선도(神仙道)니 하는 그 동양비술에 대해 관심이 높았다.

“그래요! 그럼! 제 도장으로 가시지오!”

생각에 잠겨있던 로버트 킴 박사가 김은설 선생의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카토오.스시] [양뚱] [제인] 박사들도 긴장감에 호흡을 길게 내쉬고 일어서는 김은설 선생의 뒤를 따라갔다. 이층서재로 올라온 김은설 선생은 서재의 책 중 두꺼운 한글대백과사전 을 잡아당겼다. 그러자 서재의 책장이 반 바퀴 정도 끼익 소리를 내며 돌아가자 문이 하나 나타났다.

그 문을 열고 성큼성큼 김은설 선생이 들어서자 모두들 그 뒤를 따랐다. 좁고 기다란 계단을 따라 걸었다. 계단에는 은은한 불빛이 비춰졌다. 그렇게 돌고 돌아 내려간 곳에는 넓은 도장이 나왔다. 도장 안은 비교적 넓은 편이었다. 중앙에는 커다란 제단이 있고  그제단위에는 향로가 하나 놓여 있고 그 향로에서는 향기로운 향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중앙에는 커다란 멀티스크린이 있었는데 그 멀티스크린에는  완당(阮堂)의 세한도(歲寒圖)가 비춰지고 있었고 돌비 음향시스템으로 눈보라 치는 소리가 들려서 겨울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 자! 우선 편안한 도복으로 갈아입으시지요!”

김은설 선생이 어느새 하얀 도복으로 갈아입고 그들 앞에 도복을 가져다주었다. 한쪽귀퉁이에는 탈의실이 마련되어 있었다. 각자 옷을 벗고 하얀 도복으로 갈아입었다. 조금은 썰렁한 기분이 들었지만 하얀 도복의 느낌이 마음마저도 순수해진 것 같았다. 도복에는 한쪽에는 기문둔갑(奇門遁甲) 한쪽에는 신선도(神仙道)라는 글씨가 굵게 새겨져 있었다.

“하하하! 도복을 갖춰 입으시니 제법 의젓하게 보이십니다. 자 ! 이쪽으로 오셔서 저를 따라 하십시오!  ”

환전 선생이 웃으면서 그들을 앞에 세웠다. 그리고는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모두들 그 자세를 따라하는데 도저히 다리를 들어 올릴 수가 없어서 자꾸 넘어졌다. 로버트 킴 박사와 [카토오.스시] 박사는 대충 따라 하는데 뚱뚱한 [양뚱] 박사와 다리가 긴 [제인] 박사는 자꾸만 넘어졌다. 환전선생이 웃으면서 다가와 자세를 교정해 주자 겨우 어색하지만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러자 조용한 음악이 흘러 나왔다. 무슨 향인지 몰라도 향로에서 풍겨 나오는 향은 마음을 차분하게 해 주었다. 모두들 그렇게 눈을 감고 명상에 드니 마음이 차분해 지고 음악에 심취되어 있었다.

“자! 이제 조용히 감았던 눈을 반쯤 뜨시고 전면에 있는 그림을 응시해 주십시오! 그리고 그림 속에 자신을 들여 놓는다고 생각하십시오! 옴 도로 그룸바아 로구사아 다라 함선 두리 뭄”

환전 선생이 그렇게 이야기 하며 주문을 외웠다. 그 목소리가 멀리 꿈속에서 들리는 것 같았다. 모두들 조용히 눈을 반쯤 떠서 그림을 응시하였다. 그림은 점점 커지더니 온 벽면과 천장을 차지하였다.

그 순간 심한 눈바람 소리가 들렸다. 그런데 그들이 있는 곳은 도장이 아니었다. 창밖에 심한 눈보라 속에 나무가 흔들 거렸다. 그것은 그림에서 보던 소나무와 잣나무 같았다. 그들은 놀랐다. 그들이 지금 와 있는 곳은 그림속의 집이었던 것이다. 로버트 김 박사는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

“아니!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단 말인가? 우리는 분명 도장에서 명상에 잠겨 있었어! 그리고 유체이탈을 하지도 안했어! 그런데 어떻게 ” 

                                     마고여신의나라(麻姑女神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