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신선(神仙)과 뱃놀이를 하다.

특히 겁에 질린 것은[카토오.스시] 박사 이었다. 그는 캐나다 연구소에서 명상의 환상에 빠진 석수미에게 권총을 쏘았다가 호랑이와 코끼리가 달려들어 혼비백산한 경험이 있었다.(牛甫 임인규 지음 ”마고여신 석수미 26편 “마미현세”참조)

“아니야! 이것은 꿈이야! 환상이야! 아유! 머리야! 환전 선생님! 환전 선생님!”

겁에 질린 [카토오]박사의 외침이 매서운 눈바람소리에 묻혔다. 그 순간 조용한 음악이 잔잔히 흘러들어 마음이 편안해진 느낌이 들자 눈을 살며시 떴다. 그는 도장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고 동료박사들도 그렇게 앉아서 명상에 젖어 있었다.

“휴우! 내가 아직 허해져서 꿈을 꾼 것일까? 아냐 그 바람소리 그리고 흔들리는 소나무와 잣나무를 분명히 보았어! 이건 환상이 아니야! 분명 현실이었어!  ”    

손을 들어 옷 속에 넣어보니 땀이 흥건히 젖어 있었다. 분명 그는 경험한 것이었다. 그렇게 한숨을 쉬고 있는데 음악이 중단되고 모두들 명상에서 깨어났다. 로버트 킴 박사는 흥분으로 얼굴이 빨개졌고 [제인]은 행복한 표정을 지었으면 [양뚱]박사는 그저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 모두들 놀라셨죠! 여러분은 방금 5차원의 세계를 경험 하신 거예요! 5차원의 세계는 허상의 세계(虛像世界)를 보신 겁니다. 5차원의 세계는 신의 세계이지요! 여러분은 그림 안으로 들어가 그곳을 경험 하신 겁니다.  ”

환전 선생이 엄숙한 표정으로 그렇게 설명하였다. 환전 선생의 얼굴은 이상하게 범접할 수없는 후광이  비치는 듯 빛나 보였다. 그러나 얼굴은 아이처럼 온화해 보였다.

“네에! 5차원의 세계라고요? 나는 4차원이라는 말만 들었지? 5차원이라는 말은 처음 듣는데,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없는 일들을 대개 4차원의 세계라고 하지만 5차원의 세계라니? 정말 이해하기 곤란합니다.”

아직도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고개까지 갸웃거리며 [양뚱]박사가 그렇게 이야기 했다. 그런데 [사토오.스시] 박사는 잔뜩 골이 난 표정으로 환전 김은설 선생에게 따지듯이 물었다.

“선생님! 선생님은 무슨 마술쟁이 이십니까? 아니면 최면술사 이십니까? 지금 과학자들을 상대로 무슨 행동이십니까? 장난하시는 겁니까? 뭡니까? 실망입니다. 연세도 많으신 분이, 이것 정말 어이없습니다. 이렇게 한국까지 와서 이런 생 쇼에 이용당하다니, 분합니다.”

얼굴까지 파르르 해 져가며 목에 핏대를 세우고 달려들듯이 따졌다. 순간 로버트 킴 박사와 [제인]박사 [양뚱]박사 까지 당황하여 [사토오.스시] 박사에게 달려들어 그를 제지 하였다. 로버트 김 박사가 얼굴이 홍당무가 되어 얼른 고개 숙여 환전 선생에게 사과 하였다.

“선생님! 죄송합니다. 이 친구가 병원에서 나온 지 얼마 안 된데다가 전에 황당한 일을 당했던 터라 아이 구! 어떻게 용서를 구해야 할지요! 무조건 용서해 주십시오!”

옆에서 [제인] 박사가 거들었다. 그는 상냥하게 애교 섞인 목소리로

“파파! 이해해 주세요! 저도 처음 겪는 일이라 당황하기는 마찬 가지예요! 호호호! 하지만 약간 재미도 있고  흥미로 왔습니다. 파파! 그런데 어떻게 하신 거예요! 호호호!”

그렇게 호들갑을 떨었다. 사람들의 황망한 표정들을 보며 그런 일이 한 두 번이 아니라는 듯 오히려 환전 김은설 선생은 담담하였다.

“하하하! 괜찮습니다. 당연하신 말씀입니다. 어느 누구든지 이런 일을 겪으면 당황하기 마련이죠! 더구나 계산적이고 이론적이신 과학자들이시니 어련하시겠습니까? 하지만 분명히 말씀드리는데 이것은 마술도 체면도 아닌 가상 체험입니다. 여러분이 딛고 계신 땅은 3차원의 세계이니 4차원을 넘어 5차원을 이해 한다는 것은 불가능 하지요. 하지만  보지 못하고 믿지 못한다고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여러분이 이루려고 하는 ”유체이탈“ 도 따지고 보면 환상이나 가상이 아니겠습니까? 저희 한국에 조선시대에 전우치(田羽治)라는 분이 계셨지요? 사람들은 그를 도술을 부리는 술사라고 이야기 했지만 사실 그는 기문둔갑을 익히신 보통 사람입니다. 단지 수련을 하여 도통하신 분이실 뿐이지요? 그분도 그림 속에 숨어 지내시고는 하셨답니다. 하하하!”

환전 선생은 그렇게 호탕하게 웃었다. 그러고 보니 그의 호(號) 도 환전(幻田) 변하는 밭이라는 뜻이었다. 옆에서 [제인]박사가 바짝 환전 선생의 어깨에 기대어서 아양을 떨었다.

“이왕이면 선생님! 신선하고 뱃놀이 하면서 술 한 잔 하면 어때요? 그럼! 정말 믿을지도 모르는데, 재미있을 것 같아요? 나는 신선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거든요! 정말 그분들은 불로초를 먹어서 몇 천 년씩 사실까요? 마나면 한번 물어봐야지?  ”

그 소리를 듣고 [양뚱]박사는 두 손을 저었고 [사토오.스시] 박사는 사색이 되었으며 로버트 김 박사는 다 시 한번 체험해 보고 싶어 침을 꿀컥 삼켰다.

“하하하 [제인]박사! 박사는 꼭 개구쟁이 같으십니다. 그래요! 다른 분들도 동의하시면 한번 신선과 뱃놀이를 떠나 볼까요? 아아 여기 좋은 그림이 있군요? 겸재 정선의 제자이시며 조선중기에 활동하신 현재(玄齋) 심사정(沈師正)선생님이 그린 선유도(船遊圖)라는 그림이 있군요? 그럼 이곳으로 여행을 떠나볼까요? 옴 도로 그룸바아 로구사아 다라 함선 두리 뭄”

그 순간 멀티스크린에는  물결이 치는 바다에서 쪽배 한척이 떠있는데  한가롭게 물결을 바라보는 두 신선이 있고 배 뒤편에는 동자하나가 노를 젓고 있고 대발로 만든 선실에는 휘장을 걷어 올린 창문이 있고 선미 가까이에는 탁자 위에 문적(文籍)과 화병. 향로. 술잔 등이 보이며 용트림하며 구부러진 고목위에 학 한마리가 막 외발로 서서 부리로 무엇인가를 쪼고 있었다. 출렁거리는 바다 밑에서는 해룡(海龍)이 신선의 배를 호위하고 있고, 하늘에서는 구름 속에 운룡(雲龍)이 배를 인도하는 그림이었다.

어느 순간 그 그림이 박사들 앞으로 확 밀려들어 오는 것 같더니 그들은 바다냄새를 맡았다. 안개가 잔뜩 낀 바다이었다. 배를 젓는 시동(侍童)이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煙景超超望浴流  (아지랑이 초초하게 흐르는 걸 바라보니)

“客心搖落却如秋  (나그네의 마음도 가을처럼 지는구나!)

“世間堅白悠悠事  (세간의 견백도 유유한 일도)

“座對澄江莫設愁  ( 징강을 대하고 앉아 근심을 잊는다.)

물결까지 차갑게 손등을 적시고 물속에는 해룡(海龍)이 헤엄치고 머리 위 안개 속에서는 운룡(雲龍)이 살짝살짝 보였다. 사람들이 한꺼번에 배에 타니 배가 기우뚱 하였다.  그러자 신선이 느릿하게 그들을 바라보며 말을 건넸다.

“ 선사님들은 누구신관데 누추한 곳을 찾아 주셨습니까? 우선 조심해서 앉으시지요?”

흰 수염이 길게 다리에 까지 늘어진 신선은 부드럽고 온화한 얼굴이 참 편안해 보였다. 배가 기우뚱 거리자 당황했던 박사들은 겨우 진정하였고, 호기심 많은 [제인] 이 냉큼 신선 앞에 가서 앉으며

“할아버지! 연세가 어떻게 되셔요! 정말 천살이 넘으셨어요? 이곳은 어디세요? 저 기다랗고 뱀같이 생긴 동물들은 무엇 이예요! 정말 신선님이 맞으세요! 수염이 참! 좋아 보이셔요?  ”

그러면서 신선의 수염을 만지 작 거렸다. 그 순간 그녀는 번개에 감전된 것처럼 소스라치게 놀라 펄쩍 뛰었다. 그러자 공중에서 환전선생의 음성이 들렸다.

“잠깐! 여러분 주의하실 사항이 있습니다. 그분들이 허락하시기 전에는 무엇이든지 만지거나 하시면 안 됩니다. 큰일 납니다. 여러분이 계시는 세계는 허상세계(虛像世界)입니다. 절대 혼동하지 마십시오!  ”

이곳은 분명 그림속의 세계 5차원의 세계 (虛像世界) 이었다. 신기한 신선도의 능력으로 잠시 공간을 빌린 것뿐인 것이다. 

                                     마고여신의나라(麻姑女神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