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기문둔갑술(奇門遁甲術)

박사들은 깜짝 놀랐다. 특히 [제인]박사는 핏기가 싹 가셨다.

“노인 양반이 알려 주시려면 진즉 알려주실 것이지? 정말 십년감수했네!”

그런 소동이 있었는지도 모르게  신선들은 아무 미동도 하지 않더니 오른쪽에 앉아 있던 신선이

“거 이렇게 오셨으니 소양 주 한잔 씩 하시구려!”

하면서 술을 한잔씩 따라주었다. 술맛은 그야말로 감미로웠다. 이런 술이 다 있나 싶게 깊은 향기에 머리가 맑은 지는 느낌이 드는 술이었다.

“와룡아! 안주 좀 하나 올려다오!”

신선이 배 옆을 헤엄쳐 가는 해룡에게 그렇게 말을 하자 물속에서 아름다운 선녀가 연꽃을 타고 올라오더니 산해진미 음식을 배위에 올려놓고 다시 물속으로 사라졌다. 그 음식들은 아무리 먹어도 배가 부르지 않고 기가 막힌 맛을 지닌 음식이었다.

“이런 융숭한 대접을 받아 어떻게 감사해야 할 찌요?”

로버트 김 박사가 황송하여 어쩔 줄 모르고 그렇게 인사를 하였다.

“유체이탈에 대해 연구하신다고요? 제 5차원의 세계에 발을 디밀어 보세요?  가능할 것입니다. 지금 박사님이 계신 세계는 육체는 올 수없는 세계이니까요? 허허허”

신선의 웃음소리에 깜짝 놀라 바다 속을 보니 유리구슬처럼 투명한 물속에 환전 박사의 도장에 좌선명상을 하는 자신들의 모습이 보였다.

“그래! 지금 우리존재는 육체를 벗어난 존재 인 것이야! 이게 바로 유체이탈이야! 도대체 이 알 수없는 술법은 무엇이란 말인가?” 

그 순간 그들은 온몸이 부르르 떨렸다. 그렇게 한참을 떨 거리를 하고 난후 조금 진정 되는가 싶더니 마음이 아주 편안해 졌다.

“하하하 자! 이번 여행은 어떠하셨는지요? 이제 5차원의 세계에 대해 이해가 조금 가시는지요! 하하하”

환전 선생의 웃음소리에 모두들 놀라 정신이 들었다. 이번에는 [카토오.스시] 박사 까지도 마음이 편안한 것 같았다.

“아주 신기한 경험이었습니다. 이제 5차원 허상세계에 대해서 어렴프시 알 것도 같은 느낌이 드는군요? 왜? 예수님이 ”믿는 자가 복이 있다”고 하신 말씀을 이해 할 수가 있겠군요! 의심하면 모든 것은 이루어 질수가 없는 것 같습니다. 이론을 따지는 과학자 기질에 회의가 느껴집니다. 휴우~ “

[카토오. 스시]박사는 한숨까지 내 쉬었다. [제인] 박사는 아까 감전의 충격이 채 가시지 안했는지 멍한 상태 이었다. [양뚱]박사는 커다란 멀티스크린에 비쳐진 현재(玄齋) 심사정(沈師正)의 선유도(船遊圖) 를 유심히 바라보고 있었다. 낯설던 그 그림이 살아 움직이는 것 같고 술을 권하던 신선이 찡끗 윙크를 하는 것 같기도 하였다. 

“역시 조선이란 작은 나라는 신비의 나라야! 삼면이 바다인데다가 조그마한 땅덩어리. 불과 4천만 정도의 인구로 세계의 열강들과 기죽지 않고 계도국의 선두 역할을 하면서 선진국에 진입하는 이면에는 이런 숨겨진 일면도 있는 거야! 이철중 부서기장의 야망은 결국 이 작은 나라의 신비를 푸는데 있는 것 같아! 으흠”

[양뚱]박사는 “칸의 후예“  지도 위원이었다. 역시 중국 사람들은 그 심중을 알 수가 없다. 다른 박사들도 몇 십 년을 같이 연구에 매달렸어도 그가 ”칸의 후예“와 관련이 있다는 것은 짐작도 못하고 있을 것이다.

“박사님! 이 신비한 체험의 도를 가르쳐 주실 수 있는지요? 정말 절실하게 배우고 싶습니다.”

로버트 킴 박사가 그렇게 간절한 눈빛으로 환전 김은설 선생에게 매달렸다.

“글쎄요! 이 기문둔갑술(奇門遁甲術)은 하루아침에 배울 수 있는 그런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열심히 하신다면 지금연구하고 계신 유체이탈 프로젝트  K-2D-SR 에 도움이 되는 정도는 몇 개월 안에 가능하도록 도와 드리겠습니다.”

환전 선생님은 이내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가 풀면서 그렇게 말을 했다. 그 말만 들어도 로버트 킴 박사는 천군만마(千軍萬馬)를 얻은 기분이었다. 사실 한국행 비행기를 탈 때만 해도 긴가? 민가 하였다. 아니 확신이 없었다. 그런데 선뜻 허락하는 환전 선생님은 너무 기쁜 나머지 덥석 안고 엉엉 통곡을 했다. 정말 석수미 일행에게 호되게 당한이후 추궁된 바알(지소)신의 질책에 머리가 터져 나갈 것 같았었다. 하지만 이제 한시름 놓았으니 철없이 그렇게  눈물이 났다. 

“아하! 박사님 이러시지 마세요! 기문둔갑술은 쉬운 것이 아닙니다. 옛날 환국(桓國)14대왕자오지(慈烏支)=치우천왕(蚩尤天王)으로도 불린다.)환웅시절에 치우천왕(蚩尤天王)과 결사적으로 전쟁을 벌려 패했던 중국의 황제 헌원(皇帝軒轅)이 치우천왕에게 귀의하여 청구(靑邱)풍산(豊山)을 지나 신선(神人) 자부선생(紫府先生)을 만나 뵙고 삼황내문(三皇內文)을 받아 기문둔갑술을 익히고 신선도(神仙道)의 길을 걸어가시게 되었죠! 이 신선도는 노자(老子)와 장자(莊子)을거쳐 도교로 발전하여 오늘날에 이르게 되었죠!”

환전 선생은 먼저 기문둔갑술의 내력에 관해서 이야기를 했다. 그러자 열심히 듣고 있던 [양뚱]박사가 이의를 제기 했다.

“잠깐! 박사님! 우리 중국의 헌원황제(軒轅皇帝)님을 모욕하지 말아주십시오! 치우천왕과의 싸움에서 졌다니요! 이겼다는 사실은 역사가 이미 증명해주고 있는데 그렇게 역사를 왜곡하셔도 됩니까?”

[양뚱]박사는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라 씩씩 거렸다. 그러자 환전 선생은 부드러운 미소를 보이며

“박사님! 흥분하지 마십시오! 역사가 꼭 올바른 기록이 아닌 경우도 있습니다. 그것이 중요한 게 아니고 기문둔갑술에 대한 것을 설명 하는 것이니 그 점만 유념해서 들어주십시오! 신선도의 기문둔갑은 좌도방(左道坊)과 우도방(右道坊)이 있는데 좌도방은 일명 중국기문(中國奇門)이라고 하며 그 의도와 목적이 전쟁을 수행하기 위한 방편으로 활용 되었소! 강태공이 금경식을 가지고 상신을 쳐서 이겼고 장량(장자방이라고도 함)이 고조 유방을 도와 천하 통일을 이르기도 했지요! 황제헌원 의 뒤를 이은 풍후가 병법13권 고허법 12권 둔갑1080국을 정립하고 강태공이 기문 72국을 만들고 장량이 기문 18국을 만들었죠! 중국기문인 좌도방은 주로 책략가들에 의해 전쟁을 승리로 이끄는 실천기문인데 반해 한국에 지금 전수되고 있는 청구기문(靑邱奇問)은 우도방으로 고구려 악성(樂聖)을파소(乙巴素)선사께서 청구기문 좌우총방(靑邱奇問左右總坊) 도방을 개설하시고 자부비문(紫府秘文)홍연정결(洪煙正訣)을 지으셨고 그 전통이 통일신라시대 김암(金巖)에 의해 둔갑입성법(遁甲立成法)저술되어 전수되었고 조선시대에는 이율곡(李栗谷)박설천(朴雪川)과 화담 서경덕 선생과 토정 이지함 선생이 기문에 능해 기문둔갑술이 담정학(潭亭學)이라 불기기도 했죠!”

환전 김은설 선생의 이야기는 끝이 없었다. 하지만 흥미로운 체험을 한 박사들은 하나도 지루하지 않고 점점 그 이야기 속으로 빠져 들어갔다. 황제 헌원의 이야기가 왜곡되었다고 뾰로통해 하던 [양뚱]박사도 이미 그것을 잊고 귀를 기우렸다.

“ 이제 신선도는 그 후로 지리노부 운담 선생을 거쳐 현재 34대 이기목 선생에게 전수되어 있죠! 이제 신선도의 기문둔갑술은 심신 수련의 목적으로 예술가들도 그것을 수련하고 있죠! 신선도의 원리는 천부경에 있고, 천부경의 도는 옛 창제여신 마고여신의 도에서 나온 것입니다. [선천(先天)은 무위지도(無爲之道)요! 후천(後天)은 유위지술(有爲之術)이라] 선천의 세계는 도덕이니 자연이니 하는 세계에 도를 따지고 살지만 후천의 세계는 신선과 도통군자들이 사는 곳이라 자유로운 세계 즉 마고세계(麻姑世界)가 되는 것이지요!”

알듯 말듯 묘한 소리에 모두들 어리둥절했으나 역시 동양의 신비는 접할수록 더욱 매력적이라고 생각 하여 침을 꼴깍 삼키며 환전 선생의 입만 바라보았다.  이렇게 환전 김은설 선생의 도장은 카랑카랑한 음성의 기문둔갑술 강의가 후끈 열기를 내고 있었다.

                                     마고여신의나라(麻姑女神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