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극우단체 니혼시도카(日本士道會)

일본 요코하마의 70층 랜드 마크타워 69층 스카이라운지에 백발이 성성한 노신사가 엽차를 기우리고 있었다. 회색양복에 깔끔한 용모 이마가 훤한 머리에 강렬한 눈빛 양복 깃에 노란 수건이 이색적으로 꽂혀 있었다. 60대의 멋진 이 노신사는 일본 무도협회 산하 니혼사도카(日本士道會)의 고문 산조쇼지로(三條象二郞) 이었다.

“아! 죄송합니다. 좀 늦었습니다.”

황급히 그의 자리에 와서 부동자세를 취하며 90도의 인사를 하는 청년이 있었다. 훤칠한 키에 미켈란젤로의 다비드 상 조각이 연상되는 멋진 얼굴 부드러운 미소가 돋보이는 그런 청년이었다. 그는 다름 아닌 인기최고의 영화배우 이와시다 유키에(岩下雪江) 이었다.

“으음! 개의치 말게! 자네같이 바쁜 사람을 한가한 노인인 내가 기다려야 되지? 그래! 오늘 일과는 다 마쳤는가? 나하고 좀 갈때가 있는데?”

산조고문은 웃으면서 청년을 부드럽게 바라보며 그렇게 말을 건넸다. 언제보아도 믿음직한 녀석이었다. 앞으로 대 일본을 짊어지고 나갈 일꾼들은 이런 멋진 녀석들이어야 한다고 생각 하였다.

 “네! 고문님의 부르심이라 오후 일정은 모두 미뤘습니다.”

유키에는 치열이 고른 하얀 이를 드러내며 그렇게 상큼한 미소를 지었다. 하긴 이 미소에 일본 열도의 청소년들이 다 죽어나는 형편이었다. 유키에는 비록 영화 한편을 찍은 신인이지만  그의 인기는 아시아 전역에 귀공자로 소문이 나있는 대단한 신인이었다.

그런 그가 이 시간에 산조고문을 만난다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었다. 산조고문은 일본에서도 알아주는 극우단체인 니혼사도카(日本士道會) 를 창립한 사람이나 다름없는 사람이었다. 그는 진정한 무도인 이었다. 그에 대한 일화는 무궁무진하였다. 그는 사무라이혼(忍者魂)이 머리에서부터 발끝까지 각인된 자칭, 타 칭 무사도의 진정한 후계인(後繼人) 을 자처하는 사람이었다. 그것은 그의 우람한 풍채에서도 풍겨 나오는 후광이 있었다. 맨손으로 소를 때려잡았다는 이야기도 있고 커다란 바위를 연속으로 격파하여 가루로 만든 일이 있다고도 하고 강가에서 달을 베었다는 믿지 못할 이야기가 있는 수수께끼의 인물이었다.

니혼사도카(日本士道會) 라는 단체는 얼마 전에 무력으로 한국의 독도를 점령하겠다고 공언한 단체로 시쿠코 섬 가가와(香川)현 다카마쓰 시에 에 본부를 둔 일본에서 제일 활발한 극우단체이다.

“ 자! 따라오게! 오늘 자네 오후시간은 내가 빌리세! 하하하하”

산조고문은 호쾌하게 웃으며 성큼성큼 입구로 향하였다. 지배인과 종업원들이 얼른 두 줄로 서서 공손하게 그를 배웅하였다. 이와시다 유키에(岩下雪江) 는 종종 걸음으로 그의 뒤를 따라 나섰다. 그런 그를 부드러운 눈으로 자상하게 바라보며 그는 엘리베이터의 스위치를 눌렀다. 엘리베이터 숫자는 B5 지하 5층을 가리키고 있었다.

엘리베이터에는 많은 시민들이 탔는데 산조고문을 알아보고 가볍게 목례로 인사를 했다. 그는 유명 인사이었다. 소녀들은 유키에를 알아보고 비명을 지르며 좋아했다. 이런 인기 스타와 같은 엘리베이터를 탄다는 영광은 행운 중에 행운이었다. 더구나 그를 수행하는 수행원도 오늘은 없었다. 그의 팔을 잡고 소리를 치던 소녀들이 일순 산조고문과 눈이 마주치자 몸이 얼어붙어 유키에의 팔을 놓고 조용해 졌다. 산조고문의 얼굴은 웃고 있었지만 눈은 무섭게 사람들을 제압하고 있었다.

숨 막히게 침묵이 흘렀다. 엘리베이터가 멈추자 사람들이 모두 서둘러 내렸다. 이제 엘리베이터에는 두 사람만 남았다. 유키에도 긴장하여 몸을 움츠렸다. 지하 5층에 엘리베이터가 서자 산조 고문이 다시 엘리베이터를 탁, 탁, 세 번 눌렀다. 그러자 엘리베이터는 무서운 속도로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하였다. 무슨 사고가 난 것 같아 유키에는 식은땀이 흘렀지만 산조고문은 냉정하게 미소를 지으며 지극히 유키에를 바라보았다. 순간 엘리베이터가 덜컹하고 멈추었다. 유키에는 휴우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자! 내리지?  ”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산조고문이 그렇게 이야기를 하며 문을 나섰다. 밖은 파란빛이 감도는 어둠침침한 통로이었다. 벽에는 주먹만 한 구슬들이 박혀있었는데 그곳에서 빛이 나오고 있었다.

“이것이 야광주(夜光珠)이네! 중국 산동에서 가져온 것인데 위대한 대일본본영(大日本本營)의 유산이지! 이것이 발하는 빛은 사람의 혼을 깨워주는 빛이지? 눈에 익숙해지며 형광등불빛보다 더 밝아 보이지?”

산조고문이 그렇게 설명을 하며 좁은 통로를 향해 앞으로 나아갔다. 유키에는 어둠에 조금 익숙해지니 전부 잔돌로 치장 되어 있었고  천장과 벽 양쪽에 한팔 간격으로 야광주가 박혀 있어 통로를 밝히고 있었다. 과연 이곳이 어디란 말인가? 분명 사람들에게 알려진 장소는 아니었다. 엘리베이터는 분명 지하5층까지밖에 운영되지 안했다. 그런데 산조 고문의 조작으로 추락되더니 이곳에서 멈추었다. 이곳은 비밀장소임이 틀림없었다.

그렇게 좁은 통로를 10여분 빠져 나오자 산조고문이 문은 여는데 눈이 부시게 밝은 빛이 쏟아져 들어왔다. 그렇게 들어서서 눈을 비비며 주위를 둘러보니 그곳은 농구장만 한 크기의 넓은 홀이었다.  홀 중앙에는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의 대형 초상이 육일승천기를 배경으로 걸려 있고 그 앞에는 커다란 제단이 있었고 그 제단에는 언젠가 책에서 본적이 있는 백제금동 대향로가 번쩍번쩍 빛을 내고 놓여 있었고 그 향로에서는 이름 모를 향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었다.

“하하하 놀랄 것 없네! 이곳은 우리 일본의 혼(日本魂)인 대영웅(大英雄)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 군신(軍神)을 모신 사당(祠堂)이네! 동시에 우리 대일본 본영(大日本本營)의 정신(精神)이지! 이리로 오게 우선 인사를 드려야지?”

어리둥절해 있는 유키에를 산조고문이 재촉하여 제단 앞으로 이끌었다. 유키에는 지금 아무런 정신이 없었다. 꼭 귀신에 홀렸거나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았다. 

                                   마고여신의나라(麻姑女神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