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 요정(料亭) 하야사카(林家)의 밀담(密談)

1905년 12월 초대 조선통감에 내정된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는 이노우에 가오루(井上馨),미우라 고로(三浦梧樓)와 함께 아카사카(赤坂)에 있는 요정 하야사카(林家)에 은밀히 모였다. 이들은 죠슈번(長州藩) 출신들로 (1895년 10월 8일)명성황후 시해사건의 주모자 들이었다. 이들이 조선통합의 최대 걸림돌인 명성황후를 살해하고  송병준이 중심이 된 일진회와 이완용 이를 내세워 을사보호조약을 체결하고 고종황제에게 큰소리쳤던 “한국통감이 되어 다시 오겠다”는 호언장담을 시행하기 며칠 앞두고 핵심 멤버 세 사람이 모인 것은 이토의 초청에 의한 것이다.

“그래! 다들 모였는가? 이제부터가 중요한 것이야! 나는 조선이란 작은 나라가 일본에 무슨 의미인가를 잘 알고 있네! 조선은 백제라는 나라를 통해 일본에 문화를 전한 나라야! 이 과거에서 벗어나야만 동남아 공영의 기틀을 마련하는 것이야! 내가 굳이 일국의 국모를 주살한 것은 그가 문화의 뿌리를 안고 있기 때문이야! 조선이란 나라는 묘하게도 무속을 통해 문화를 세습하고 있어! 제주도에 가면 설문 대 할망의 전설이 있지? 이것은 세계에서 유일한 창조신화이지만 굿 풀이 형식으로 전해지고 있지? 나는 백제 무왕을 주목하고 있어! 무왕에게는 일곱 가지 보물이 있다는 것이야! 그 보물을 차지하는 자가 미래의 전륜대왕이 되어 세계를 정복하게 된다는 것이야! 미우라 군! 자네는 도굴꾼들을 좀 모아주게! 조선을 철저히 파괴시켜야 해!

 조선민족은 무능해! 그들은 자기 가치를 깨닫지 못하는 민족이지! 남기지 말고 모두 빼앗아해!”

이토는 그 답지 않게 흥분하여 있었다. 이토는 도무지 염치라고는 모르는 인물이고 쉽게 흥분하지도 않는 유들유들한 협상의 귀재(鬼才) 이었다. 그가 일개 천민의 아들에서 일본 헌법을 만들고 초대 수상을 역임하고 텐노제(天皇制)를 창안한 것도 모자라 이제 조선 오백년을 말살시키고 조선을 영원한 속국으로 삼으려고 하고 있는 것 이다.

“ 창조신화요! 그것은 처음 듣는 일인데요! 그걸 다 어떻게 아셨어요! 역시 대단하십니다.”

 이노우에 가오루(井上馨)가 언제 다 그런 것을 알고 있었냐는 듯 놀라며 물었다. 이토보다 네 살이나 더 먹은 형님이지만  이제는 모든 것을 의논하는 처지가 된 그였다.

“네! 각하! 잘 알겠습니다. 혹시 찾으시는 물건은 어떤 것인지요! 그쪽의 전문가로 자처하는 녀석들이 몇 명 있습니다만”

미우라 고로(三浦梧樓)가 이토의 눈치를 살피며 물었다. 그는 이제 이토의 수족이나 같은 처지 이었다. 그는 잘 알고 있다. 이토 곁에 있으면 손해 보는 것이 없다는 것을,

 “ 미우라! 놈들에게 일러라! 조선에 들어가면 옛날 무덤은 샅샅이 뒤지라고 그리고 산골 꼭대기에 있는 작은 암자라도 다 뒤져서 옛 그림이나 물건은 다 훔쳐내라고 해라! 특히 전라도 땅에 가면 속 마을이라고 불리는 이리(裡里)라는 곳이 있다. 그곳에 가면 말통 대왕이라는 무덤이 있을 것이다. 그곳에 있는 무덤은 특히 몇 번이고 무덤주위 까지 파헤치라고 해라! 백제30대왕 무왕이라는 왕의 일곱 가지 보물이 있다는데 그것을 찾아야 한다. 금으로 만든 수레바퀴 금륜보(金輪寶),흑진주로 만든 여의주(如意珠), 수정옥(水晶玉)으로 만든 미인상 옥녀 보(玉女寶), 노란 호박으로 만든 책 수장보(守藏寶), 코끼리 상아로 만든 장군상 장보(將寶) 붉은 홍옥으로 만든 천마상(馬寶),빛나는 차돌로 만든 신선 상 상보(像寶) 이렇게 일곱 가지인데 그중에 미인상 옥녀 보를 차지하면 세상 모든 여자를 안을 수 있다고 하더라! 의자왕이 삼천궁녀를 거느린 것도 그 옥녀 보 때문이란 말이 있지. 하하하”

이노우에 는 이토의 해박한 지식에 감탄하였다. 그것도 언제 조선에 대해 그렇게 연구했는지 그중에 옥녀 보를 이야기 할 때 빛나는 이토의 눈빛을 보고 피식 웃음이 나왔다. 이토는 여자 없이는 하룻밤도 잠들 수 없는 그런 사내이었다. 이토는 항상 “취해서는 미인과 베개를 같이하여 살을 섞고, 깨어서는 천하의 권력을 잡는다.”는 것이 자기 철학이라고 떠벌이는 터였다. 

“아니! 각하! 어찌 그런 것 까지 다 알고 계셨습니까? 저는 처음 듣는 이야기인데요? 하하하! 역시 각하다우십니다.”

의미심장한 이노우에의 웃음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는 미우라는 고개를 돌리고 키득거렸다. 다른 때 같으면 당장 호통이 떨어질 이토이었지만 이 밤만은 기분이 좋은지 그냥 못 본체 하면서

“호랑이는 토끼 한 마리를 잡더라도 최선을 다해야 하는 법이잖소! 조선이라는 나라를 내 발아래 두려면 최소한 조선의 비밀을 속속들이 알고 있어야지? 이번에 여우사냥도 고 불여우가 곰하고 수작을 하려는데 있었지? 조선 민중들은 멍청하지만 그 내면을 파고드는 굿은 온 조선에 그 기운이 뻗쳐있지? 난 사실 아라사 곰보다도 고 불여우가 펼치는 무당의 그 깽깽이 소리가 더 싫었다고,”

부드러운 이토의 웃음에 미우라는 고무되어

“각하! 염려 마십시오! 각하의 꿈을 위해 반드시 보물들을 찾아 드리겠습니다. 지금까지 각하가 마음을 먹어서 이루지 못한 일이 하나도 없지 않으시잖습니까? 제가 녀석들에게 은밀하게 지시하겠습니다!”

그렇게 두 손을 깍지 껴서 흔들어 보였다. 곰처럼 생긴 친구가 무척 귀엽다는 생각을 하는 이토이었다.  그렇게 아카사카의 밤은 깊어갔다.

“그럼! 이토 히로부미가 그 보물을 찾아답디까? 영감님!”

기부 영은 귀를 쫑긋하고 주위가 깜깜해진 것도 모르고, 이야기에 심취되어 있다 그렇게 물었다.

“야! 이놈아! 내가 그걸 어떻게 아느냐! 하지만 무왕의 보물은 분명히 있어! 네놈도 이 주변 산의 옛날 무덤치고 도굴당하지 않은 곳이 몇이나 있다고 생각하느냐! 안중근 의사가 영웅이야! 그분이 아니었으면 아마 모르긴 해도 지금 최소한 아시아는 일본의 것이었을 것이다. 하긴 요즘 보물이라면 눈이 뒤집히는 놈들이 많다. 하하하 네놈도 보물이라니 눈이 번쩍 띠이냐! 늦었다. 간다. 이놈아! 오늘 대접 잘 받았다. 다음에 인연 있으면 만나자 하하하 ”

그렇게 호통을 치고 노인은 휘적휘적 어둠속으로 사라졌다.

                                    마고여신의나라(麻姑女神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