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무궁무진(無窮無盡)한 소리의 세계

한편 마고의 세계 혼돈(混沌)의 공간 디오스 카르 올에서 소리의 모든 것을 연마하는 백결선생(百潔先生)장소만(張溯滿)은 명상 속에 소리를 연마하는 재미에 푹 빠져있었다. 역시 소리의 세계는 무궁무진하였다. 소리는 단순한 것이 아니었다. 일단 동양의 소리 (엄밀히 말해 중국의 소리)궁상각치우(宮商角徵羽)는 오행(五行)의 목화토금수(木火土金水)순서로 배속되는데, 즉 음계 도레미솔라로  즉, 각(角)은 목음(木音)의 특성을, 치(徵)는 화음(火音)의 특성을, 궁(宮)은 토음(土音), 상(商)은 금음(金音), 우(羽)는 수음(水音)의 특성을 가진 소리 인 것을 깨닫게 되었다.

“ 나무는  땅 속으로부터 솟아 나와 땅위로 솟구쳐 오르는 힘을 상징하지. 그래서  뻗다가는 움츠려 마디를 이루고 그러다 다시 또 뻗고, 부드러우면서도 각진 곡직(曲直)을 이루지. 또 각(角)의 소리도 마찬가지야!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소리를 내지르면 아랫배 단전에서부터 서서히 기가 올라와 목 부위에서까지 힘이 충만해지지 이때 내 지르는 소리는 그 파장이 무궁무진해서 공간을 흔들어 놓고, 소리는 모든 것을 근본부터 부셔 버릴 수 있는 힘을 발휘하지?  소리의 방향도 나뭇가지가 뻗다가 마디를 이루고 그 뒤 다른 방향으로 틀 듯 소리의 흐름도 다른 방향으로 틀어지므로 소리를 낼 때의 몸속에 도는 기운의 흐름이 바로 오행의 배속과 일치하여지는군?”

공기(空氣)의 정령(精靈) 하밀(何密)은 날로 스스로 깨우치는 백결선사의 지혜에 연신 놀라고 있었다.

“ 백결선사님! 역시 대단하셔요! 그렇지요! 치(徵)는 화음(火音)이라! 마치 그 기운은 불과 같아서 위로 올라가며 흩어지는 성질이 있는데 이것을 염상(炎上)이라고 하지요! 불은 순식간에 넓고 멀리 퍼지는 성질이 있으니 치음을 내지르면 세상의 어디까지에다 퍼트릴 수 있는 소리이지요!”

하밀은 그렇게 백결선사를 칭찬하며 기운을 돋우어 주었다. 공기의 정령에게 칭찬을 받으니 백결선생 장소만은 신이 났다.

“하하하 !그렇지요! 또 궁(宮)의 소리는 토음(土音)으로 드넓은 대지와 같아서 내 몸을 울리는 것이 마치 넓은 대지가 광활하고 평탄하게 펼쳐져 있는 것처럼 일정하게 울려 퍼지고 일정하게 울리지요! 이것은 농사를 짓는 것 같으니 가색(稼穡) 이라고도 이름 지을 수 있는 한결같이 일정한 음이고 또 상(商)은 금(金音)으로 모든 기운을 안아 드릴 수 있는 음으로 불의 기운으로 넓고 멀리 퍼져있는 소리를 밖으로부터 에워싸서 안으로 끌어들이듯 수렴하는 음이니 이를 종혁(從革)이라고 할 수가 있지요! 하밀 정령 님!”

가르칠 것이 없는 뛰어난 학생은 선생에게 크나큰 기쁨이다. 역시 선사들 중에 으뜸은 나이는 있지만 백결선생 장소만 이었다.

“그래요! 이해가 빠르시네요! 선사님! 우(羽)는 수음(水音)의 특성을 가진 소리 이니 마치 물이 높은 곳에서 아래로 흐르듯 음이 높은 곳으로부터 아래로 가라앉는 모습이니 윤하(潤下)라고 부를 수 있지요! 이와 같이 궁상각치우(宮商角徵羽)는 오행(五行)의 목화토금수(木火土金水)순서에 의하여 우주 만물의 이치를 이루니 치음(徵音)과 상음(商音)은 음이 높은데 치는 흩어지는 소리라면 상은 끌어들여 모으는 소리이고, 각음(角音)은 아래서 위로 올라가는 소리라면 우음(羽音)은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소리 이며 궁음(宮音)은 제자리서 호수의 물결이 동심원(同心圓)을 그리며 퍼져나가듯 흩어져 나가는 소리 이지오! 이러한 소리를 이용하면 세상을 창조도 하고 파괴도 하는 무서운 무기가 되는 것입니다.”

공기의 정령 하밀의 목소리에 힘이 실려 있었다. 새삼 그 목소리가 참으로 곱다는 생각을 하는 장소만 이었다.

“그러네요! 하밀님! 그리고 우리 조선의 소리는 중국의  궁상각치우(宮商角徵羽)보다 더 세밀한 12율명(律名)이 있는데 그것은 황종(黃種) 대려 (大呂)태주(太輳)협종(夾種)고선(姑詵)중려(仲呂)유빈(猶貧)임종(林鍾)이칙 (夷則)남려(南呂)무역(無轢)응종(應鍾)으로 악보에 표기할 때는 황(黃)•대(大)•태(太)•협(夾)•고(姑)•중(仲)•유(猶)•임(林)•이(夷)•남(南)•무(無)•응(應)으로 사용하지요. 궁상각치우(宮商角徵羽)는 중.(仲)임(林)무(無)황(黃) 태(太)에 해당 하지요! 이렇게 세밀한 음을 기로 승화하면 세상에 무서울 것이 없겠네요! 하하하”

장소만은 흡족했다. 이제 저 소름끼치는 지소(바알)의 웃음소리도 겁날 것이 없었다. 역시 마고 여신님은 대단하시다. 자기에게 이런 무궁무진한 음의 세계를 깨닫게 해주시니 얼마나 감사한일인가 말이다.

“저 그럼! 선사님! 계속 연마 하십시오! 저는 마고 여신님의 부르심으로 잠깐 다녀오겠습니다.”

그렇게 이야기 하고 공기의 정령 하밀이  합치은신법(合致隱身法)으로 그렇게 공간속에 사라져 간 뒤에 백결선생 장소만은 명상 속에서 이제 12율명의 소리 세계를 연마하기 시작하였다. 이것은 부도지 제2장에 있는 유유팔여지음(唯有八呂之音)이 자천문래(自天聞來)하니, (오직 팔 여음만이 하늘에서 들리니)하는 대목처럼 오직 12음만 하늘에서 들려 장소만의 주위를 맴돌았다. 그것은 마치 소리의 소용돌이 안에 갇혀 있는 것 같았다.

그런데 그때였다. 커다란 소리가 혼돈의 밑바닥부터 울려오면서 백결선생을 감싸 안고 있는 소리의 벽을 흔들고 있었다. 그 소리는 짐승의 울음소리 같기도 하고 요귀들의 비명 소리도 같고 커다란 웃음소리 같기도 한 괴상한 것이었다.

“음 드리빌러 카가아 도리옴고 비양기 둠돔고리 기밀리고 푸솜마솜 바알”

이 요상 망탄한 소리는 길지도 짧지도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그렇다고 편안한 소리가 아닌 날카롭고 예리하고 괴로운 소리이었다.

편안하던 장소만의 명상이 흔들렸다. 이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 듣는 소리이었다. 그러나 이 소리는 자신을 향한 공격이라는 것을 깨달은 장소만은 눈을 번쩍 떴다. 그러자 그의 눈앞의 커다란 눈동자가 또렷하게 다가서고 있었다. 그 눈동자가 다가오는 공간은 질서가 파괴되고 혼돈이 극치에 달하고 있었다. 그의 주변에 있던 공기의 정령들이 힘없이 그 새파랗고 붉은 눈동자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뭐야! 저 눈은 처음 보는 눈이다. 그러나 정말로 기분 나쁜 눈이다. 지옥에서 살아온 눈처럼 기분 나쁘다. 마치 독사의 눈같이 삼각지고 쭉 찢어진 사악한 눈의 정체는 무엇이란 말인가? 저 눈은 지옥에서 살아난 눈동자 같다. 소름끼친다. 마고여신이시여 도와주소서! 마비현세! 마비현세“

                                              마고여신의나라(麻姑女神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