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 악마왕자(惡魔王子) 앙그라마이뉴
“낄낄낄 마고여신의 으뜸선사라더니 별것 없는 중 늙은이구만 지소(바알)님은 무엇이 겁난단 말인가? 어이! 중늙은이 놀랐는가? 이 몸은 지옥에서 온 악마의 왕자 ”앙그라마이뉴 [Angra Mainyu] 님이시다. 대립하는 영(靈)이라고 불리지? 그대가 대단한 영적 능력을 터득했다 해서 내가 한번 그대의 솜씨가 궁금해서 찾아왔지? 어때! 재미있지 않나! 나 지옥의 왕자와 마고여신의 제일 선사의 대결이 말이다. 낄낄낄“
온 공간에 이상한 눈이 가득 차면서 윙윙거리는 소리처럼 울리는 소리이었다. 그러더니 눈들이 뱅글뱅글 돌더니 하나의 형상으로 뭉쳐지기 시작하였다. 거기에는 염소 뿔 같이 기다란 양 뿔에 떡 벌어진 어깨 그리고 어깨에 걸친 망토의 색깔은 여러 가지의 어두운 배색이어서 쳐다만 보아도 비위가 상했고 머리칼은 자세히 보니 살아 움직이는 독사로 머리만 보아도 소름이 오싹 돋았다.
그런데 그가 들고 있는 칼인지 방패인지가 모양이 이상했으니 그것은 별을 거꾸로 세워 놓은 모습이었다. 그가 이 요상한 물건을 한번 휘두를 때마다 혼돈의 요정이 비명을 지르며 모래알처럼 무너져 흩어져 버렸다.
“뭐야! 너는 악마의 왕자라니 그럼 네놈이 바알세불이란 말이냐! 사탄의 자식이자! 어둠의 지배자! 그런데 네놈이 여기는 웬일이냐! 그럼 네놈도 바알(지소)의 졸개란 말이냐!”
백결선생 장소만은 배꼽(단전)에 힘을 주고 그렇게 말했다. 어차피 죽기를 각오한 몸이다. 이 땅에 마고의 세계를 펼치지 못하면 어차피 인류는 망하게 되어 있었다. 그는 오대선사의 으뜸이었다. 더구나 그는 소리의 파장을 연마한 몸이 아니던가? 어쩌면 오히려 잘된 일인지도 모른다. 자기의 실력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아니던가?
“낄낄낄! 가소로운 늙은이 같은 이라고? 감히 나에게 덤벼 보시겠단 말이지? 그래! 어디 한번 덤벼 보시지? 마고인지 불여우 인지 감히 우리 바알(지소)님에게 덤비는 것이 어떠한 고통을 가져 오는지 이 몸 앙그라마이뉴님 께서 몸소 보여 주시지? 나오라! 크롬 불사 말랑 지뉴 오토라 마뉴 캡세라!”
앙그라마이뉴는 어둠의 지옥별 방패를 높이 쳐들더니 혼멸(混滅)의 망토를 펄럭이었다. 그러자 어둠의 지옥별 방패가 공중으로 날아오르더니 검은 연기 같은 안개를 피어 내기 시작했고 그 안개 속에서는 날카로운 뱀 혓바닥 같은 것들이 무수히 쏟아져 나와 독침을 뿜어대기 시작 하였다. 마치 그것은 수없이 많은 화살들이 공중에서 쏟아져 내리는 것 같았다.
“좋다! 독(毒)에는 독(毒),이에는 이다. 국상각치우(宮商角徵羽) 중임무황태(仲林無黃太) 치(徵),치(徵),상(商),상(商), 마고(麻枯)의 음(音)이여! 파생(波生)하라!”
백결선생 장소만이 두 손을 합창하여 하늘로 뻗어 올리더니 커다란 원을 그리며 손을 흔들었다. 그러자 손에서 울림의 소리가 일더니 그 소리는 커다란 불꽃이 되어 하늘 가득 퍼지기 시작 하였다. 그 바람에 무수히 쏟아지던 독침들이 그 불꽃에 타서 재가 되어 버렸다.
그러자 앙그라마이뉴가 당황하여 한 두 걸음 물러났다. 지옥별 방패는 무섭게 타오르는 마고의 불에 의해 시커멓게 변해 버렸다.
“아주! 제법인데! 그냥 무시해 버릴 정도는 아니구나! 좋다! 좀 상대가 되어야 싸울 맛이 나는 법이지? 소리에는 소리이지? 움투 마이야 도롬 카이셔 베라 부이투 헤홈하이바!”
앙그라마이뉴는 커다랗게 입을 벌리더니 큰소리로 주문을 외고 비명을 질러댔다. 그러자 그의 입에서 괴상한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그 소리는 아주 가늘고 크고 메마르고 답답하고 묘한 소리였다. 그 소리를 따라 시커먼 용도 아니고 구렁이도 아닌 밋밋하고 커다란 물체가 나타나 마고의 불꽃을 삼키기 시작하였다. 강렬하던 불꽃은 시커먼 물체들에게 한순간에 먹혀 버리고 말았다. 시커먼 물체에서는 끈적끈적한 진액을 마고의 하늘에 뱉어 내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그 진액들이 백결선생을 덮쳤다.
그 순간 백결선생은 자신도 모르게 무엇에 홀린 것처럼 자신의 가슴을 쥐어뜯으며 커다란 비명을 지르고 자꾸 헛구역질을 하였다. 백결 선생은 황당하였다. 이 더럽고 구역질나는 끈적끈적한 액체는 무엇이란 말인가? 액체는 백결선생의 몸을 바짝 마르게 하면서 옥죄어 오기 시작하였다. 그러면서 액체 속에서는 소리도 아니고 비명도 아닌 그야말로 지옥 무저갱에서 울부짖는 악마의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였다. 백결선생은 심장이 터질 것 같고 피가 거꾸로 솟는 느낌이었다. 머리가 어지럽고 중심을 잡을 수가 없어 비틀 비틀 거렸다. 이대로 가다가는 자기가 자기 손으로 가슴을 쥐어뜯고 기절해 버릴 것 같았다.
“안 돼! 이것은 허상(虛像)이다. 허상은 무(無)이다. 무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존재를 부정하면 아무것도 없는 허공(虛空)이 되는 것이다. 마미현세(痲妃現世), 마미현세(痲妃現世) 청~ 산~ 이~ ”
백결선생은 정신을 가다듬고 마비현세를 외치자 정신이 맑아졌다. 그리고 불현듯 시조 한가락이 자신도 모르게 흘러 나왔다. 느릿느릿하게 뽑아져 나오는 그 소리는 허공에 퍼져 나가더니 은빛 그물이 되었다. 은빛 그물은 용도 아니고 구렁이도 아닌 시커먼 물체를 가두고 옥죄기 시작 하였다. 느릿하고 끊어질듯 이어지는 시조가락이 소리도 아니고 비명도 아닌 것을 물리치고 있는 것이었다.
“무엇이야! 이것은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묘한 음이다. 도대체 저 어수룩한 노인네가 어디서 이런 절묘한 대처 방법을 생각해 낸다 말인가? 내가 수리아와의 싸움에서 패한 후 처음 접해보는 일이다. 그래! 오늘은 어차피 늙은이 실력이 어느 정도인가를 가늠하러 온 것이니 이쯤에서 물러가지? 하지만 잊지 말라! 내 이름 앙그라마이뉴 다음에는 내 늙은이를 꼭 꺾어주지? 으 히히히”
자기의 두 번째 시도도 실패로 돌아가자 앙그라마이뉴는 그렇게 경고하며 순식간에 사라졌다. 하늘은 다시 빛이 있는 혼돈의 세계로 돌아왔다. 백결선생 장소만은 온몸에 힘이 쭉 빠져 버렸다. 그가 상대해야할 바알(지소)의 무리들은 상상이상의 존재 이었다. 언제 어디에서 나타날 줄 모르는 무서운 존재들이었다. 이곳은 마고여신이 다스리는 마고의 세계이다. 설마 이곳까지 그들이 급습해 올 줄은 몰랐다. 그는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고 명상의 자세를 취했다. 훈련에 훈련을 거듭하여 상상을 초월하는 존재가 되지 않는다면 마고의 세계는 그들에게 파괴 되고 말 것이다.
마고여신의나라(麻姑女神國)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