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샛바람 홍선(紅旋)의 노을성(露鳦城)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모르는 게 바람이다. 그러나 바람은 불어오고 그 바람의 혜택으로 생명 있는 모든 것들은 살아가는 것이다. 바람의 나라는 사막을 지나 깊은 바람의 계곡에 있었다. 바람의 계곡의 풍궁(風宮)은   사구(獅颶=바람을 일으키는 사자=사자얼굴에 날개가 달렸고 꼬리는 빗자루처럼 생겼고 주둥이가 길고 크다.) 가 버티고 있어 아무도 근접할 수가 없는 곳이었다.

“퉁와이 선사님! 저희들을 따라오십시오!”

붉은 옷을 입은 샛바람(東風) 홍선(紅旋)이 꾀꼬리 같은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일순 퉁와이 선사는 그녀의 말에서 장미꽃이 떨어져 나오는 것 같은 환영을 보았다. 그녀는 정열의 장미 향기를 내고 있었다.

“으 허허허 ! 알았소! 알았소! 으 허허허”

  천우선사(天雨禪師)퉁와이는 입이 하마만 하게 벌어져서 헤헤 거리고 웃으며 그녀의 뒤를 따라갔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남자같이 근육이 우락부락한 바람의 정령 카심(佧沁)에게 대들다가 혼 줄이 났는데 이제 이렇게 호박이 넝쿨째 굴러들어와 미모의 사 선녀에게 묻혀 있으니 이제 죽어도 좋다고 호빵 같은 얼굴이 실룩실룩 어쩔 줄을 모르고 있었다.

“언니! 그럼 저희들은 나중에 선사님을 모시러 오겠어요!”

퉁와이가 그렇게 몽상에 빠져 있는데 제2선녀 하늬바람(西風) 황선(黃旋),제3선녀 마파람(南風) 녹선(綠旋), 제4선녀 높바람(北風)청선(靑旋)이 은방울 굴러가는 목소리로 그렇게 인사를 하고 각각 황색구름, 녹색구름, 청색구름을 타고 사라져 갔다.

“호호호 무엇을 그렇게 넋 놓고 보고 계셔요! 저희도 이제 제가 머무는 성으로 가지요! 불어라! 동풍!”

그러자 붉은색 구름이  그녀 앞에 나타났다. 어리둥절히는 퉁와이를 태우고 구름을 하늘을 가르고 날아가고 있었다. 손오공의 근 두운 도 아닌 것이 무지하게 빨랐다. 그렇게 구름을 타고 한참을 날아 도착한곳은 홍선(紅旋)이 관장하는 동쪽 노을성(露鳦城)이었다. 노을성은 비상하는 제비의 모습을 형상화한 멋진 붉은 지붕을 가진 성이었다.

“다녀오셨습니까? 선녀님!”

붉은색 과 검은색 너울 옷을 입은 요정 둘이 붉은색 고양이와 검은색 고양이가 끄는 수레를 타고 마중 나왔다. 

“선사님! 이들은 아침일출(日出)과 저녁석양(夕陽)을 만드는 홍채(紅彩)와 흑채(黑彩)입니다. 인사 들려라! 마고여신님의 두 번째 선사 천우선사(天雨禪師)퉁와이 임이시다.”

홍선(紅旋)이 천우선사를 소개하자 붉은 복숭아 빛 볼을 가진 귀여운 두요정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야! 어쩌면 이리들 모두 예쁘단 말인가? 나이로 보아 십오륙 세 정도 밖에 보이지 않는데 어떻게 저런 육감적인 몸매를 가졌을까? 아이고! 내가 무슨 천벌 받을 생각을, 마비현세! 마비현세! 잘못했습니다. 허허허”

퉁와이는 일순 엉뚱한 생각을 한 자신을 나무라며 계면쩍어 했다. 아무튼 못 말리는 욕심이다. 그때였다. 갑자기 검은 고양이를 타고 있던 흑채(黑彩)가 오른손 팔을 퉁와이를 향해 뻗었다. 순간 그녀가 입고 있던 검은 너울이 퉁와이를 칭칭 감아 수레에 태웠다.

“으악 ! 홍선님! 살려주세요! 아니 네가 잘못했어! 나는 잠시 생각만 했을 뿐이야! 아이고! 퉁와이 살려!”

퉁와이가 질겁을 하며 비명을 질렀다. 그러나 그 순간 바람처럼 고양이가 끄는 수레가 달렸기 때문에 순식간에 노을성(露鳦城)을 벗어나 버렸다. 퉁와이는 이곳이 마고의 세계이기 때문에 생각까지도 읽혀지는 세계인 것을 몰랐던 것이다. 그렇게 검은고양이가 끄는 밤의 수레는 하늘을 달려서 세상의 하루를 마감하는 여행을 시작 하였다.

어야디야, 어야디야

어기여차 어서가세 어야디야

어장터로 어서가세 어야디야

어기여 차 뒤여 어기여 차 뒤여

어야디야, 어야디야

앞산은 점점 가까워지고 어야디야

뒷산은 점점 멀어만 가네! 어야디야

여보쇼 노를 힘차게 젓소! 어야디야

어기여 차 뒤여 어기여 차 뒤여

                         (거문도 뱃노래)

어디서 구성진 어부들의 뱃노래 소리가 들렸다. 혼비백산하여 기절직전까지 갔던 퉁와이는 그 구성진 노랫소리에 정신이 차려 그 소리가 나는 쪽을 바라보았다. 멀리 발아래 만선의 기쁨을 안고 배 몇 척이 항구를 향해 노를 저어가고 있었다.  흑채(黑彩)가 이끄는 밤의 마차는 그렇게 뱃사람들의 귀향길을 배웅하고 있었다. 참으로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네가 참으로 어리석은 사람이다. 저 사람들에게 천년의 평화를 주기 위해 바알(지소)와 맞서기 위해 훈련을 받으러 와서 망령된 생각을 하다니, 이것 참! 백결형님과 세 아우님들에게 면목이 없구나! 흑채님! 내 잘못했습니다. 이제부터 엉뚱한 생각하지 않고 열심히 훈련을 받게 습니다.

어서 홍선(紅旋)님에게 데려다 주십시오! 네! 흑채님!”

퉁와이는 그 큰 등치를 허리 굽혀 무릎을 꿇었다. 그때 붉은 노을 속에서 홍선의 모습이 보였다. 홍선은 부드럽게 웃으며 

“호호호 퉁와이 선사님! 일어나세요! 흑채가 밤을 책임지다보니 성질이 좀 급합니다. 퉁와이 선사님이 좀 짓궂기는 해도 본심은 착하신 분이라는 것을 잘 압니다. 제가 관장하는 샛바람은 동풍입니다. 동풍은 뱃사람의 바람이라고도 하지요! 이른 아침 동틀 무렵 가볍게 불어오는 바람이라, 샛바람에 게 눈 감기듯 하는 소리도 있지요! 하지만 가벼운 바람이라도 바람은 바람인지라 가뭄을 들게도 하지요! 바람의 위력을 익히시기 에는 제일 먼저 부드러운 바람의 속성을 익히시는 게 도움이 많이 될 것입니다. 호호호”

                                   마고여신의나라(麻姑女神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