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 풍군 열병식(風軍閱兵式)

“풍백 삼촌! 저희들이 왔습니다. 저희들 들어가게 통로를 열어주소서! 부비 으 나 아미 라 바 비 오도 사기라.  ”

곤붕(鯤鵬)에서 내렸지만 서 있을 수 없이 불어오는 바람과 심장을 부셔버릴 것 같은 북소리 때문에 미칠 것 같은 상태에서  샛바람 홍선이 그렇게 이야기 하며 주문을 외었다. 그러자 그렇게 심하게 불던 바람과 고막이 찢어질듯 하던 북소리가 멈추었다. 그러더니 갑자기 싸 아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커다란 마차가 다가오는데 날개달린 사자 여섯 마리가 끄는 은빛마차이었다. 마차가 멈추더니 커다란 키에 얼굴은 둥글고 코는 화산구멍마냥 구멍이 숭숭하고 눈은 쭉 찢어졌으며 입은 뾰족하게 튀어나와 있어 마치 새의 주둥이와 흡사하게 생겼는데 머리에는 곤륜 관을 쓰고 있었다. 유난히 목이 긴 노인은 기린을 닮았으며  머리카락은 백발이고 눈썹마저도 흰 노인이 내리는데 그 장대한 키와 풍채가 모든 사람을 압도하고도 남았다.    

누가 뭐라 해도 등치하나는 자신 있다고 생각했던 퉁와이는 노인을 보자 그 위엄에 오금이 오그라들어 제대로 서있을 수가 없었다. 노인 옆에는 사자몸통에 날개가 달린 처녀가 시중들고 있었다. 그녀들은 바람의 나라의 시종 시풍걸미(侍風杚靡) 들이었다.

“그래! 어쩐 일로 나를 찾아 이곳 아루파라 (Arupara)까지 왔느냐! 카심(佧沁) 은 잘 있느냐! 마고여신님도 건안 하시고, 그런데 이 꺼벙한 녀석은 또 누구이냐!”

노인은 바람의 신 풍백(風伯)이었다. 풍백은 바람을 다스리는 신이었다. 그는 치우천황 웅을 도와 황제견훤과의 전쟁이후에 최대의 전쟁을 준비하고 있었다.

“네! 삼촌! 이분은 천우선사(天雨禪師)퉁와이 라고 하시는 분이신데 마고여신님의 오대 선사 중에 한분으로 카심(佧沁)님에게 맡겨진 분이라고 하십니다. 저희들이 그 훈련을 일임 맡았으나 우선 이곳 바람의 성채의 모든 모습을 관찰 시키라는 명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모시고 왔습니다.”

샛바람 홍선(紅旋)이 또랑또랑하게 보고를 하듯 사무적으로 말했다. 그러자 풍백이 퉁와이의 주위를 뱅뱅 돌면서 살펴보았다.

“그래! 마고여신의 오대선사 중에 한분이라 이거지! 하긴 마고여신님이 택한 인물이면 보기와 달리 무엇인가 장점이 있겠지? 좋다. 그럼 나에게 맡기고 너희들은 물러가라! 풍일! 풍이! 우선 바람의 옷을 가져다 줘라!”

풍백이 그렇게 이야기 하며 시풍걸미(侍風杚靡)를 돌아보았다. 그러자 그 둘이 고개를 주억 거리더니 어디론지 날아갔다. 그리고 바람의 사 선녀는 곤붕을 타고 돌아온 길을 다시 되짚어 자기의 성으로 돌아갔다. 퉁와이는 가슴이 조마조마 해서 말도 못하고 얼어붙은 얼음조각마냥 그렇게 서있었다.

“이놈아! 정신 차려! 에잇”

풍백이 들고 있던 합죽선을 퉁와이를 향해 내 부쳤다. 그러자 굉장한 바람이 퉁와이에게 쏟아졌다. 그러나 퉁와이의 두발은 자석을 붙은 것처럼 땅에 붙어있고 온몸이 바람에 실려 살갗이 터져 나가고 피가 몰려들었다.

“으으으 윽”

퉁와이 입에서는 자신도 모르는 신음이 흘러 나왔다. 이제 정말 죽는가 싶었다. 그러자 풍백이 합죽선을 멈추었다. 퉁와이는 퉁겨 오르는 용수철처럼 띵하면서 그 진동에 온몸이 흔들리고 있었다.

“좋아! 우선 기본 적으로 견디는 오기와 힘은 있군! 제법 쓸 만하겠어!” 

풍백이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는 퉁와이를 바라보며 그렇게 말했다. 그때 시풍걸미(侍風杚靡)들이 푸대같은 것을 가지고 나타났다. 그리고 그것을 퉁와이를 향해 던졌다. 그러자 푸대 같은 것이 퉁와이 머리에 씌워지더니 금새 옷이 되어 퉁와이에게 입혀졌다. 그 바람 옷은 가벼운 새털 같았는데 붕하니 공기에 부풀어 있는 느낌을 주었다.

“자! 가자! 어서 타라!”

풍백이 서둘러 바람마차에 퉁와이를 태우고 청색 구름에 뒤 덮인 하늘을 달리기 시작하였다. 바람 마차가 달리자 바람이 불기 시작하였다. 그 바람은 모든 것을 삼켜 버릴 듯이 거친 것이었지만  바람 옷은 공기로 채워져 있어서 그 영향을 전혀 받지 안했다.  바람 소리 속에 커다란 북소리가 들리기 시작하였다. 가만히 들어보니 그 북소리는 군대의 열병식에 사용되는 리듬  같았다.

바람에 빨려 들어가듯 마차가 달려서 도착한 곳은 커다란 광장 같은 곳이었다. 마차에서 내리자 청색 안개가 서서히 옅어지면서 광장이 보이기 시작하였다. 광장은 엄청나게 넓었는데 그 광장을 꽉 매운 군사들이 있었다. 그 숫자는 수십만이나 되는 수이었다. 그 군사들의 모습은 모두 다 희한하게 생겼다. 머리에는 뿔이나 있고 목은 모두 길었으며 얼굴은 뾰족하니 참새 같았고 입은 새 주둥이처럼 튀어 나왔으며 꼬리는 뱀 같은 꼬리를 가지고 있었다.  그들은 모두 날개달린 사자들을 타고 있었다.

그들 앞에서 커다란 북을 치는 동물이 있었는데 생김새는 소같이 생겼으나 뿔이 없고 청갈색의 털을 가지고 있고 다리가 하나뿐이었다. 이것은 기(夔)라는 짐승으로 울음소리가 천둥소리와 같은 동물이었다.

“자! 주목하라! 너희들을 이끌 마고천풍대뇌우장군(麻姑天風雷雨將軍) 이 오셨다. 이분은 마고여신님의 오대선사 천우선사(天雨禪師)퉁와이 라고 한다.”

풍백이 수많은 군사들 앞에 퉁와이를 그렇게 소개 하였다. 그러자 북소리가 멈추고 괴상하게 생긴 기를 비롯한 모든 군사들이 퉁와이를 쳐다보았다. 그 시선만 해도 주눅이 들어 있는데 맨 앞에 있는 텁석부리 시커먼 털을 가진 한 장군이 버럭 소리를 쳤다.

“풍백님! 우리는 그의 실력을 보기 전에 그를 대장으로 받들 수가 없습니다. 우선 그가 우리를 이끌 재목인지 알아야 하겠으니 그를 우리에게 보내 주십시오!”

그 소리가 어찌나 큰지 천둥을 치는 소리 같았다. 퉁와이는 얼굴이 사색이 되어 아이고 이제는 죽었구나 하고 체념하였다. 

                                     마고여신의나라(麻姑女神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