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 사선녀(四仙女)의 환무(幻舞)
“좋다! 어차피 바알(지소)의 군대와 싸워야 할 입장인데 최소한 그들을 이겨낼 만한 지략과 용맹이 있어야 하겠지? 자! 한번 자네의 실력을 보여 주지? 지소에게는 카르멜. 밀러라는 장군이 있다는데, 거기다 카미 의별이라는 제국군대가 있다는 것이야! 이야 압 등바야 마이야 오미 가 강”
순간 풍백이 손을 모아 휘저어서 퉁와이에게 뻗어내며 주문을 외우자 그의 손에서 바람이 솟아올라 퉁와이를 감싸더니 하늘 높이 치솟게 하더니 수많은 풍군(風軍)의 진영(陣營)가운데로 떨어뜨려 버렸다. 순간 비사(飛獅)들을 탄 군사들이 달려들고 아차 하면 사자들 발에 밟혀죽을 지경이었다.
“오! 마이 갓! 이런 일이! 살려주세요! 마고여신님! 으악! 악”
퉁와이는 당황하여서 불에 덴 망아지 뛰듯 팔짝 팔짝 뛰었다. 다행이 바람의 옷을 입은 덕에 공중으로 솟아올라 요리조리 비사(飛獅)들과 풍군(風軍)을 피할 수 있었지만 그것은 임시방편이요? 곧 그들에게 에워싸여 갈기갈기 찢겨 죽을 지경이 되었다. 그 순간 그의 손에 잡혀지는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항상 등에 짊어지고 다니던 완함(阮咸)이었다. (완함(阮咸)이란 보통 비파처럼 생긴 중국악기로 원래 둥근 몸통의 울림통을 가지고 있고, 앞판과 뒤판에 이음 통으로 연결되어 있으면 네 줄의 명주실로 되어있고, 13개의 리듬 판이 되어 있어 “진 비파”또는 “현도(弦鼗)”라고 불렀는데 중국 위(魏)·진(晉)의 정권 교체기에 정치권력에 등을 돌리고 죽림에 모여 거문고를 타며 시를 즐기던 죽림칠현(竹林七賢)중 완함(阮咸)으로 불리던 사람이 이 “진 비파”를 즐겨 타서 그때부터 완함(阮咸)으로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퉁와이 의 완함(阮咸)은 좀 특이하였다. 몸체에는 커다란 용 두 마리가 여의주를 물고 있는 그림이 멋진 자개로 장식되어 있었고, 특이 한 것은 보통 완함(阮咸)은 줄이 네 개인데 비해 그의 완함(阮咸)은 줄이 세 개 이었다. 그는 지리산 폭포동굴 속에서 태극삼파장(太極三波長)을 익히던 그때의 수련을 생각하며 천도운행보(天道運行步)의 보법(步法)으로 유유히 걸어가면서 완함(阮咸)을 타기 시작 하였다.
“ 우도 상 고롬 아베마로 옴 천지는 모두 하나이니 태극은 멀리 있기도 가까이 있기도 하며(遠在六合之外 近在一身之中)헤아릴 수없는 억겁의 생각이 한마음이며(無量遠劫卽一念 一念卽無量劫 )하나로 시작되나 시작한데가 없고 하나로 마치지만 맺어 진대가 없다 (一始無始一 一終無終一) 우도 상 고롬 아베마로 옴 ”
완함(阮咸)을 타기 시작하자 지금 풍군(風軍)의 진영(陣營) 한 가운데에서 그들에게 에워싸여 있다는 생각을 모두 잊어버리고, 그의 얼굴에는 미소가 나타나고, 행복한 기분에 휩싸여 있었다. 아름다운 선율이 울려 퍼지자 풍군(風軍)들도 동요하기 시작 하였다. 그와 동시에 북을 치던 기(夔)들의 북소리가 점점 빨라지기 시작하였다.
“둥 둥 둥 둥 어 허허 우루, 우루 꽈 아 꽝”
북소리로 함께 기(夔)의 묘한 울음소리가 하늘에 가득 차 지자 구름이 일어나더니 퉁와이의 완함(阮咸) 몸체에 있던 자개로 만든 용(龍)들이 꿈틀 거리더니 하늘을 날아다니기 시작하였다. 여의주를 문 은빛 용(龍)들이 하늘에 빛을 더하니 음울하던 청색하늘이 환하게 밝아졌다. 이것은 바로 마고오대선사(麻姑五大禪師)들 만이 할 수 있는 마고수벽호용좌법(麻姑水霹護龍座法) 이었다.
“으음! 제법인데, 역시 마고여신님의 눈은 정확하군!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다고, 저런 덩치가 저렇게 완함(阮咸)을 잘 다를 줄이야! 더구나 저 친구의 완함(阮咸)은 전설의 마고 보물 중에 하나인 그 세줄 완함(阮咸)이다.”
풍백(風伯)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자기도 의심하였지만 이런 신묘한 재주를 가지고 있을 줄은 몰랐다. 풍군(風軍) 군사들과 퉁와이에게 재주를 겨루어보자고 하던 텁석부리 장군도 이 광경을 보고 환호를 하기 시작하였다.
“마고천풍대뇌우장군(麻姑天風雷雨將軍) 만세!”
그의 환호에 온 풍군(風軍)군사들로 따라서 환호하기 시작 하였다.
“마고천풍대뇌우장군(麻姑天風雷雨將軍) 만세!”
“마고수벽호용좌법(麻姑水霹護龍座法)만 만세!”
온 군사들의 함성이 천지에 가득차고 하늘에는 용들의 군무가 아름답게 펼쳐졌다. 그러나 퉁와이의 귀에는 아무소리도 들리지 안했고 그의 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안했다. 그는 신들린 듯이 오로지 연주에만 열중하였다. 그는 이미 모든 것을 초월해 있었고, 천도운행보(天道運行步)의 보법(步法)은 그를 하늘에 떠 있게 하였다.
격정적이던 그의 연주가 조용하고 평화롭게 바뀌었다. 그러자 오색구름이 뭉게뭉게 그의 주위에 피어오르기 시작하더니 온갖 새들과 나비들이 오색 구름 속에 날아오르더니 어느새 무장 되었던 군사들의 갑옷들이 벗겨지고 아름다운 비단옷으로 갈아입혀지고 온갖 꽃들이 만발한 벌판에서 서로 손을 잡고 춤을 추고 어깨동무를 하고 돌아가기 시작하였다.
퉁와이가 연주하는 연주에 따라 공간의 어두워지기도 환해지기도 하였고 어느새 이곳으로 왔는지 바람의 사선녀(四仙女) 샛바람(東風) 홍선(紅旋),하늬바람(西風) 황선(黃旋),마파람(南風)녹선(綠旋), 높바람(北風)청선(靑旋)이 하늘에서 하늘하늘 환무(幻舞)를 추기 시작하였다.
그 춤은 여러 가지 현상을 일으키기 시작했으니, 우리 속담에도 샛바람에 게 눈 감추듯 한다는 말부터 하늬바람 사흘부터 통천하 한다는 둥 마파람에 돼지불알 돌듯 한다고도 하고 높바람에 지붕 날라 간다는 우스갯소리도 있고, 바람 종류도 실바람, 남실바람, 산들바람, 건들바람, 흔들바람, 된바람, 센바람, 큰바람, 큰센바람, 노대바람, 왕바람, 싹쓸바람, 갈바람, 삭풍, 해풍, 육풍, 곽망풍,계절풍,곡풍,산풍,연풍,황사바람,국지풍,돌풍,태풍, 이렇게나 많으니 바람의 사선녀(四仙女)들이 추는 환무(幻舞)의 변화무쌍은 더 할 나위 없이 많았다.
“역시 마고의 선사들은 가르칠 필요가 없다. 스스로 깨달음에 이르도록 인도만 하면 되는 것이다. 역시 마고여신님의 뜻은 오묘하고도 넓어”
하늘 저편 공간속에 카심(佧沁)이 웃으면서 그 광경을 쳐다보고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이제 명실공이(名實公移) 천우선사(天雨禪師) 퉁와이는 마고세계에 완전히 적응하여 마고천풍대뇌우장군(麻姑天風雷雨將軍) 이 된 것이다. 그것도 자신이 잘하는 완함의 연주로 말이다. 사람들은 역시 자기가 잘하는 장기(長技)가 최고(最高)인 것이다.
마고여신의나라(麻姑女神國)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