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 신무(神巫) 소서노(召西弩)

 전라도 마한 옛 땅 금마 오름골의 하늘신당에서  촉망받던 아름답고 귀엽던  여배우 백소희(白素姬)는 한국의 유일한 창조여신인 서문대 할미를 몸신으로 모신 제주도 무녀 하인지(河寅芝)를 신 어머니로부터  가림굿을 받아 소서노(召西弩)라는 무명(巫名)을 받아 무당(巫堂)이 되었다.

 소서노(召西弩)의 이름을 풀이하면 소(召)자는 부를소(召)자로 부름 받은 여인 큰무당을 나타내며 서(西)자는 서녁서(西)로 고구려의 옛지명(舊地名) 미추홀 을 나타내는 글자로 부와명예를 겸비하며 노(弩)자 또한 쇠뇌노(弩)로 강력한 무기를 발사할 수 있는 힘의 원천 철의 여인을 나타내는 이름이니 무녀 소서노(召西弩)는 부와 명예를 겸비하고 굳세고 강건한 큰무당인 신무(神巫)가 된 것이었다.

백소희의 아버지 백노한(白魯漢)은 백건산업(柏虔産業)이라는 가구회사를 운영하고 있었다. 잣나무 원목을 사용한 브랜드 “ 미송(美松)” 신혼부부들을 대상으로 한 중저가 가구로서 쾌 인기가 있는 제품이었다. 그래서 그는 강남에서 제일 잘산다는 타워팰리스 아파트 지하5층 지상 66층인 B동에 산다. 타워팰리스는  한국 최초의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로 그 가격만 해도 몇 십억을 호가 하는  강남지역 부동산 투기를 상징하는 그런 곳이다.

이렇게 제법 잘나가는 그인데 그녀의 무남독녀 외동딸인 백소희(白素姬)가 영화배우를 한다는 것도 못 마땅했는데 이제는 가림굿을 받고 무녀(巫女)가 되었으니 그야말로 자식의 인연을 끊어야 될 판이었다. 그러나 그는 외동딸 백소희를 너무나 사랑하였다. 그래서 그저 내림굿만 받아 무병만 났으면 그저 평범한 생활을 하기를 원했다.

그러나 그것은 백노한 사장의 착각이었다. 소서노라는 무명은 보통 무명이 아니었다. 소서노는 주몽을 도와 고구려 건국에 일조를 하였고 주몽이 예씨의 아들 유리를 후계자로 삼자 그의 아들 비류와 온조를 데리고 고구려를 떠나 백제를 세운 여걸이고 비류가 반란을 일으켜 동생 온조를 치려 하자 노구를 무릅쓰고 장자 비류를 화살로 쏘아 죽여 반란을 제압하고 스스로 분기를 참지 못하고 분사한 여걸중의 여걸이다. 그녀는 또 다른 마고여신(麻姑女神)의  현신(現身)이었던 것이다.

미륵산을 주봉으로 동으로 뻗어 내린 산줄기 중에 옥녀봉(玉女峰)이라는 능선(稜線)이 있다. 그 능선아래 백여 호되는 동네가 있으니 그 동네이름이 옥금동(玉琴洞)이라는 마을이었다. 윗마을 상옥(上玉)아랫마을 하옥(下 玉)으로 구분되는 이 동네는 정(鄭)씨 들이 일가를 이루고 사는 동네로서 해방 전만 해도 윗마을 소나무밭에 학이 날아들어 둥지를 틀고 살아 학마을(鶴洞)로 불리던 곳이다.

이 마을의 주봉(主峰) 은 성태봉(城泰峰)으로 불리는 곳으로 정상에 절터와 성터가 있다. 이 절터 옆에는 커다란 구유 모양의 바위가 있는데 옛날 신라 와 백제의 전쟁 때에 말의 여물을 먹이던 것이라고도 했다.

 이 구유가 있는 곳은 넓은 벌판인데 해마다 여름이면 개불알꽃. 기생 꽃. 까치수염. 나도풍란.날개하늘나리.누런종덩쿨.달맞이꽃.닭의장풀.대청부채.도라지꽃.종자 꽃. 두메양귀비. 둥근 잎 꿩의 비름. 만변 초. 말나리. 며느리 밥 풀꽃.문주란.물봉선.바늘엉컹귀.바람꽃.바람취.바이칼바람.백부자.범부채.뻐꾹나리.산작약.섬말난.섬초롱꽃.솔나리.왕고들빼기.원추리.종덩굴.털개불알꽃.주걱비비추.창포.초롱꽃.줄나리.패랭이꽃.함박꽃.해당화.흰인가목.황근.흰바늘엉컹귀.풍란.으아리.붉은인가목등이 만발하여 그야말로 꽃의 천국을 이루는 곳이었다.

이산 중턱에 선녀탕이라는 조그만 폭포가 있고 그 주변에 개구리바위 거북바위라고 불리는 커다란 거북 모양의 바위가 있는데 그 인근에 바위로 된 작은 동굴이 있었다. 무녀 소서노는 이곳에 신당을 차려놓고 열심히 기도를 하고 있었다. 그녀의 재력이나 미모로 모아 이런 조그만 산 아래 협소한 바위동굴에 신당을 차린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었다.

동굴 안은 겨우 사람 하나가 들어갈 정도로 협소한 곳이었다. 그녀는 이곳에 작은 신모(神母)상을 모셔 놓고 황촉과 청촉으로 불을 밝히고 기도를 하고 있었다. 신모상이 모셔진 바위위에서 작은 물방울이 또각또각 떨어져 바위가 파인 곳에 고였다. 그녀는 기도 중에는 일절 아무것도 먹지 않고 오로지 이물만으로 연명하며 외부와 일절 차단하고 기도를 드리고 있었다.

동네 사람들도 이곳에 이런 동굴이 있고 무녀가 와서 신당을 차리고 기도 하고 있는 줄을 전혀 모르고 있었으니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은 이 동굴 밖은 커다란 명감 넝쿨이 꽉 짜여 있어 감히 사람의 접근이 어려운 곳이었다.

“소서노야! 너는 나의 현신이며! 미래에 올 나의 딸 미희(彌姬)를 예비하는 세상 정화(淨化)의 그릇으로 예정된 여인 이니라! 이곳 작은 산 옥녀봉은 선녀가 가야금을 타는 형상으로  세상 끝날 무저갱의 아마겟돈 대전(大戰)이 시작 될 때 나의 마고군사들을 독려할 소리의 여신이 숨어 있는 곳이기도 하다. 현재 옥녀봉아래 인간의 군대 제2부사관 학교가  존재하고 있고 이곳은 나의 마고군대의 현실 양성소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곳의 터가 험악하여 지옥의 큰 군대 마도혈(魔道血)인 사두혈(蛇頭血)이 세상을 짊어질 짐세 거북(朕世龜) 을 공격하고 있다. 이것을 풀어주기 위해 너는 이곳에서 공덕을 쌓아야 한다. 나의 분신 소서노야!”

그녀가 기도를 하고 있을 때 향기로운 향이 퍼지면서 금란(錦欗)을 입은 열일곱 여덟 되어 보이는 아름다운 여인이 머리는 위로 틀어 올리고 오색보석이 치렁치렁한 면류관(冕瑠冠)을 썼으며 남은 머리는 허리까지 늘어트린 모습의 무어라고 형용하루 없는 아리따운 자태로 서 있고 그 옆에는 아리따운 두 명의 여신이 배립해 서있는데 너무도 눈이 부셔서 똑바로 쳐다 볼 수조차 없었다.              

“나의 여신님! 어머니 이시여! 말씀하소서! 제자가 듣나이다. 이 험난한 세상은 점점 경제적으로 어려워져 있고  모든 사람들이 모두 지쳐가고 있습니다. 이미 모든 종교는 시들해져 있고 너무도 팽팽해져 있고 무엇이 진리이고 이치인지 혼돈의 강을 헤매고 있습니다. 자기 자신의 것도 지키지 못한 우매한 백성들은 정치지도자들의 갈팡질팡 눈먼 인도에 혼란을 겪고  있으며 자연마저도 인간의 못된 습성 때문에 파괴되고 있습니다. 제가 가야할 길을 인도해 주십시오! 제가 해야 할 일을 가르쳐 주십시오! 마고여신님! 나의 어머니여!”

소서노 그녀의 기도는 눈물 속에 계속되었다. 그렇게 그녀가 기도를 하는 동굴입구에는 커다란 백호 두 마리가 입구를 지키고 있었다. 사두혈(蛇頭血)의 무덤 속에서는 지옥의 마왕(地獄魔王) 앙그라마이뉴 가 커다란 심판의 낫을 들고 짐세 거북바위(朕世龜) 를 노려보고 있었다.

“새로운 미희(彌姬)여신의 탄생이라! 제 3의 여신이란 말이지? 흐흐흐”

                                             마고여신의나라(麻姑女神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