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화지역사 박물관사회적 협동조합> 창립총회를 지난 22일(수) 오후4시 봉화군 춘양면 억지춘양주민문화교육센터에서 개최했다.
기존의 박물관은 국.공립이거나 개인의 재력을 바탕으로 한 사립 박물관인데 반해 <봉화지역사 박물관사회적 협동조합>은 국내 최초로 지역사박물관의 설립 운영을 지역주민의 자율적인 단체로 한다는 것에 특징이 있다.
이날 창립총회는 초대인사인 문화관광과장을 비롯한 관계공무원과 협동조합 설립동의자 32명 등 40여명이 참석하여 정관확정과 임원선출, 사업계획 수립 등 조합 설립에 필요한 사항을 의결하였다.
임원을 맡을 수 없지만 지역 내 지방의회 의원 3인들도 자문위원으로 나서서 박물관 설립과 운영의 추진에 힘을 보탤 예정이다.
설립 동의자들은 모두 지역의 문화적 정체성이 상실되는 것을 안타까워하며 봉화 지역에서 문화. 역사. 교육의 자율성을 지켜내기 위해 힘써온 주민들이다.
억지춘양주민문화교육센타 위원장 권대식, 숭실대 역사학 교수를 역임한 박규환, 영풍제련소대책위 위원장 전미선, 대성유물관장 김태석, 춘양도서관 솔 관장 류석암, 지역 교사, 문화활동가, 청년활동가, 사회적경제 담당자 등이 설립에 동의하고 적극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향후 지역의 역사를 기술하고, 문화재를 수집하며, 박물관을 설립하고 운영할 역할을 맡아 봉화지역의 문화 인프라 구축의 방향성을 선도하려는 계획을 수립하고 힘을 모았다. 진뉴스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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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화지역사 박물관 제안문
봉화 지역사 박물관을 만들고자 합니다
1. 지역적 특성을 갖춘 문화 인프라 구축으로서 지역사 박물관
⑴ 지역에 우리의 힘을 집중해야 합니다.
‘봉화’는 우리가 일하고 생활하며 울고 웃는 삶의 터전입니다. 지금까지 우리 지역은 이른바 중앙에 종속된 변방으로 취급되어 온 것이 사실입니다. 이른바 근대화 과정은 지역의 전통과 다양성을 무시하고 경쟁과 효율의 기치 아래 지역을 경제적 자원과 통치의 단위로 전락시켰습니다. 지역의 정체성은 상실되고 공동체는 파괴되었으며 지역 주민의 삶은 획일화되어 소외의 나락으로 떨어졌습니다.
이제 우리는 민주적이고 자주적인 주민의 욕구가 봇물처럼 터져 나오는 시기에 살고 있습니다. 지역의 정체성을 되찾고 지역을 올바로 세워 바야흐로 지역·지방의 시대를 만들어가는 것이야말로 오늘을 살아가는 이들의 역사적 책무일 것입니다. 중앙에서 알아서 해주지 않습니다. 시대의 요청에 부응하여 우리 자신의 힘으로 지역을 튼튼히 세워가야 합니다. 자율과 자치, 협동을 통해 공동의 삶을 꾸리는 주민 공동체로서 지역, 그리하여 스스로 세계와 능동적으로 관계하며 인류 보편의 가치를 창출하는 단위로서 지역에 눈을 돌려야 합니다.
⑵ 지역의 인프라 구축의 토대로서 지역사 복원
봉화군은 수목원 개장과 협곡열차의 운행 등과 연관하여 먹을거리와 체험 행사의 확대를 통한 관광객 증대를 꾀하고 있지만 다양한 문화시설을 확충하지 못할 뿐더러 관광 수요를 창출하기에도 미흡한 실정입니다. 여러 사례를 볼 때, 문화 체험이 수요를 불러일으키려면 지역적인 특성이 뚜렷해야 합니다. 비슷한 내용을 가진 체험거리가 여기저기 차고 넘치고 다른 지역에서 충분히 경험할 수 있는 데 굳이 접근성도 떨어지는 봉화까지 와서 체험해야 할 까닭이 없습니다. 대외 홍보를 강화하고 이런저런 혜택까지 주면서 관광객을 유치하더라도 지속성을 확보하기는 어렵습니다. 지역 특성이 분명하지 못하고 체험으로서 의미를 찾지 못하기 때문이지요. 지역 특성이 뚜렷하고 체험으로서 의미와 내용을 갖춰야만 외부 관광객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지방자치단체가 일관된 문화 정책을 가지고 문화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무엇보다 절실합니다. 그에 따라 문화 예산 및 인력 구성을 개선해야 합니다. 현재 대부분의 개발 사업은 외부 업체를 통한 컨설팅에 의존해서 계획·추진되고 있는데, 결국 배치마킹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는 듯합니다. 예산 지원도 적고 접근성도 떨어지고 인프라 구축도 취약한 봉화는 배치마킹 수준의 외부 관광객 유치 방식으로는 결코 다른 지역에 대해 경쟁력을 지닐 수 없습니다. 외부 컨설팅 업체를 통한 사업은 단기적인 성과 이상을 낼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전국 제일의 사업 유치를 자랑하는 권역사업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쏟아 붓기 식의 예산지원 없이 권역들이 과연 지속가능할까요? 6-7억 원의 컨설팅 비용을 지불하고 사업 완료된 권역들, 전통시장 살리기 사업, 각종 체험 시설, 정보화마을 등의 사업이 현재로는 스스로 지속되기 어렵다는 것이 중론입니다.
가장 봉화적인 것이 무엇일까요? 봉화의 지역적 특성을 어디에서 찾아낼까요? 봉화의 특성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봉화 주민의 삶이 깃든 역사를 탐구하는 데서부터 지역의 특성을 발견하고 오늘의 문화에 다가가는 것, 일차적인 답은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봉화 주민이 애정을 갖고 좋아할 수 있는 사업을 해야 합니다. 우리 지역 주민이 애정을 갖고 소중히 여기며 프라이드를 갖는 사업 내용이어야만 다른 지역 사람도 좋아하지 않겠습니까? 지역 주민조차 이용하지 않는 사업을 다른 지역 사람들이 시간을 내어 먼 곳까지 와서 이용할 리는 없습니다. 봉화주민이 자율적으로, 그리고 좋아하고 애착을 지니는 사업부터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 또 하나의 결론입니다. 봉화 지역사를 복원하는 것과 봉화 주민이 좋아하는 것을 자율적으로 사업할 수 있는 공간, 이 두 가지가 현재 봉화적인 문화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서 키포인트입니다.
⑶ 지역사 박물관 추진의 의의
기존해 있는 지방사, 향토사 연구도 미흡하지만 조금은 있습니다. 그러나 대개는 중앙사의 보조물로서, 또한 지역 유명 인물이나 관제 중심으로 편향된 연구가 대부분입니다. 지역의 주인인 주민의 삶과 애환이 구체적 사실과 근거에 입각해서 연구·조사되어 있지 못한 것을 우리는 뼈아프게 반성합니다. 우리 봉화 지역에는 우리 선조와 주민의 삶을 제대로 이해하거나 유추할 수 있는 유물이나 서적, 나아가 지역 주민의 역사서 하나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아니 주위를 면밀히 살펴보면 없는 것이 아니라 모아둔 게 없는 것이며, 여기저기 산재해 있어 우리 삶에 의미로 다가오지 못하고 있을 뿐입니다.
지역의 유물들이 개발과 편의에 밀려 사라져가고 있습니다. 봉화 지역민의 역사적 뿌리가 뽑혀나가기 일보 직전입니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주민이 나서서 우리의 역사적 삶의 본 모습을 되찾아야 합니다. 우리 삶의 뿌리와 줄기, 그것이 뻗어 잎이 되고 열매가 되는 과정을 서적으로, 유물로, 삶의 기록으로 되찾아야 할 때입니다. 그리고 지역 주민이 공유하여 자랑스런 봉화를 되살려내야 합니다.
지역은 사회의 모순을 해결하려는 민초들의 역동성으로 나타나기도 하지만, 또한 사회의 변화를 둔화시키고 왜곡하는 영역으로 드러나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지역사는 결코 좋은 일, 자랑거리만을 기억하려 하지 않습니다. 지역의 역사를 이해한다는 것은 곧 반성을 뜻한다는 점을 깊이 새기며, 내세울만한 역사만이 아니라 감추고픈 부끄러운 역사까지 모두 망라하고, 사실의 실증뿐만 아니라 설명과 해석을 더함으로써 어제를 돌아보고 오늘을 성찰하며 내일을 조망하는 역사를 기술해야 합니다. 그래야 지역의 경제·정치·문화를 입체적으로 파악하며, 진보적이든 보수적이든 관계없이 있는 그대로 지역민의 구체적인 삶의 모습을 드러낼 수 있으며, 그것이 곧 봉화다움을 찾아가는 길이 될 것입니다. 봉화 지역사는 민족사 전체를 구성하는 한 부분으로서의 의의를 갖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서 독자적인 특징과 가치를 가지며 민족사보다 더 구체적이고 사실적이고 생동감 있는 역사로 자리매김할 것입니다.
현재 대성유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5,000여점의 유물에 더하여, 지역의 누구도 주의 깊게 살펴보지 않았던, 여기저기 산재해 있는 선조들의 유산을 모으고, 그것을 지역 민중의 삶과 결합하여 해석하고 배치하면 살아있는 지역사를 복원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주민들이 스스로의 힘으로 지역의 삶의 역사를 만들어내며 동시에 지금 우리 삶의 질을 높이려는 노력과 결합한다면, 우리가 추진하려는 박물관은 지역사가 살아 숨 쉬는 현장이 될 것입니다. 진정한 의미의 지역의 공유자산이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지역민이 주체가 되어 지역사 박물관을 준비하고 건립하며 운영하자는 것이 우리의 결의입니다.
2. 목적과 주체
⑴ 본 사업은 봉화적인 문화 인프라 토대 구축을 위해
1) 지역의 흩어져 있는 유물을 모아 해석과 재배치를 통해 봉화 주민의 스토리가 살아있는 봉화 지역사를 복원하는 것이 목적이며
2) 중앙 중심의 기존 역사박물관의 틀에서 벗어나 봉화 지역 주민의 삶을 중심으로 사실적이고 살아있는 지역사 박물관을 만들고 운영하는 것에 두 번째 목적이 있습니다.
3) 위 두 가지 목적에 부응하기 위해 외부가 아니라 봉화 주민 스스로 주체가 되어 지역사를 복원하고 이를 대중적으로 공유할 지역사 박물관을 설립·운영하고자 합니다.
⑵ 주관단체로서 사회적 협동조합을 결성하고자 합니다.
봉화 지역사 박물관을 설립하고 지역사 복원을 추진할 단체는 몇 가지 내용을 충족해야 합니다.
첫째로는 지역주민이 직접 기획, 운영해야 합니다. 외부의 학예사나 전문가를 초치하여 기획·운영하는 것은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낼 수는 있지만, 예산도 많이 들며 주민이 애착을 지니고 지역 주민의 공유자산과 공유가치로 변화시키는 데에는 한계를 지닙니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박물관 사업이 외부업체의 컨설팅에 의한 설립과 소위 전문가의 획일적인 운영에 의해 진행된 탓에 지역민의 공유가치, 공유자산이 되지 못하였으며, 지역민과 동떨어진 내용으로 흘러 결국 지역민으로부터 외면 받고 외부 관광객으로부터도 환영받지 못하는 한계를 지니게 되었습니다. 조금은 늦지만 지역민 스스로 주체가 되어 지역사를 기술하고, 박물관을 기획·유치·운영하는 단체를 만들어야 합니다.
둘째로, 지역주민의 다수가 참여하도록 해야 하며 관은 보완적 위치를 지녀야 합니다. 관은 박물관 유치와 운영에서 사업예산을 확보하는데 큰 힘을 발휘하기 때문에 실질적인 힘을 갖게 됩니다. 따라서 사업이 자칫 관 주도로 흐르게 되면 주민의 자율성이 침해되고 나아가 지역적 특성이 약화되어 주민을 사업의 관람 대상으로 전락시킵니다.
셋째로, 지역사 박물관은 단기간에 수익성이 보장되기 어렵기 때문에 주민의 직접적 참여와 운영으로 지속가능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단체를 결성해야 합니다.
이상의 3가지 요건을 만족시키는 단체로 우리는 사회적 협동조합을 결성하여 이 협동조합을 지역사 박물관을 설립·운영하는 주체로 세우고자 합니다.
가칭 < 봉화지역사박물관 사회적 협동조합 >의 설립 조합원으로 귀하를 모시고자 합니다.
2017년 2월
가칭 < 봉화지역사박물관사회적 협동조합 > 발기인 일동
발기인 : 권갑섭, 권대식, 권영준, 권오현, 김재일, 김태석, 류석암, 박규환, 신기선, 이상식, 이형근, 장창호, 전미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