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누구나가 죽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나 죽음을 피할 수 없는 것도 현실이니 너무도 안타깝고 억울(?)한 것이 솔직한 인간의 심사가 아닐까?
세상은 날로 변화를 거듭고 그 변화 속도가 무척 빠르다. 이젠 외국에 나가서 한국인이라고 밝히면 '빨리빨리'라는 말이 되돌아온다니 우리들의 자화상을 어림잡을만하다.
급한 성격의 한국인에게 장례 역시 예외가 아니어서 몇 십 년 전부터 초기의 반발 심리 속에서도 화장 문화가 서서히 자리 잡더니 이제 도시에서는 화장이 확실히 자리를 잡고 있는 모양세다.
그러나 아직은 오래도록 이어져 내려오던 망자에 대한 매장 역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매장을 하다가 보니 묻히는 자리가 중요했다.
경북 봉화군 청소년센터에서 봉화군청이 주최하고 명산풍수지리학회 강희종 회장이 직강한 풍수 강의가 3개월간 진행되었으며 그 수료식이 11월 25일 오후 7시 봉화청소년센터에서 있었다. 풍수는 크게 형기법과 이기법으로 나뉘며 강희종 회장이 강의하는 것은 형기법이다.
-수료식 후 기념사진, 꽃을 든 분이 강희종 회장-
수료식 이튿날인 11월 26일 아침 7시에 수강생들이 공부한 이론을 산소가 실재하는 곳에 가서 대입해보는 성격인 관산을 충남 예산(전번엔 봉화군 소천 인근)으로 잡혀 있어 함께 동행했다.
27일 날이 밝아질 무렵의 날씨는 차가워 차유리에는 하얗게 서리가 내렸다. 아침 7시의 10-20분 전 출발지인 봉화군 청소년센터 앞으로 관광버스 한 대가 미끄러지 듯 들어오고 봉화군 각처에서 아침 일찍 나온 회원들이 버스 밖에서 혹은 안에서 담소를 나누며 출발 7시를 기다린다.
버스 안은 히터를 틀었는지 안 틀었는지 스산하고, 어디서든 늘 지각생은 있듯이 이런저런 이유의 지각생으로 십여 분을 늦게 출발하였고,얼마 후 영주에서 몇 사람 더 타고 다시 상주에서 12-13명이 더 탔다. 그리고는 조용히, 열심히 버스는 달렸다.
한참을 가는 도중 아직 터를 닦고 있는 곳을 지날 때 적막을 깨며 강희종 회장은 마이크로 "자! 우측을 보세요. 저기기 새로 들어서는 연기입니다." "세종시입니다."며 알려줬다. 그냥 그런가보다 지나칠 것을.. 역시 전국 산천을 샅샅이 누볐다는 분 답게 지리에 대해서는 밝다.
-학명당-
버스는 예산 톨게이트를 내려 예산 대술면 송석저수지 위쪽으로 올라섰다. 모두들 버스에서 내려 산 위로 얼마간 걸어 올랐다. 학명당이란다. 묘소 주변은 저수지로써 물로 둘러 싸였고 물은 재물을 뜻한단다.
-이산해 선생 묘(강건너 가운데)-
다음은 이산해 선생(영의정2번)의 묘이다. 여러 곳을 하루에 주파해야 하기에 시간이 촉박하여 멀리서만 보기로 했다. 버스 안에서 먼 발치로만 관찰했다. 장군보검형이란다.
-조익 선생 묘(사진의 앞쪽)-
신양면 조익 선생 묘소다. 룡이 좌로 와서 다시 우로 돌았단다. 그런데 일반인 눈에는 그냥 땅만 보일 뿐 돌았다는 것이 보이지 않는다. 30년 이상의 내공이 쌓이면 땅 속이 보이는가보다.
-박명당-
박명당, 인근 산에 이회창씨 웃대 조상들 산소가 있다. 이곳도 이회창씨 선대산소란다. 한참을 돌아보고 다시 이동, 예산톨게이트가 보인다.
-육관 손석우씨 묘-
그리고 예산 덕산면 상가리의 육관 손석우씨 묘다. 한 때 이름을 날렸었던 사람이었고 그의 산소가 명당이니 아니니 하며 떠들썩했으며, 답사 행렬이 줄을 이었었단다. 좌향은 건좌손향이란다.
-남연군묘 주변-
남원군 묘는 육관 손석우씨 묘와 인근에 있다. 지기가 별로 좋지는 않다는 설명이다.
-묘소의 좌향을 알아보는 패철(나침반)이다. 여기는 자좌오향이다.-
-신향, 좌향을 새겨 놓았다.-
-박환이 잘 된 흙-
-도장같이 생긴 것은 차양고리, 뒷쪽 사각형 돌은 제물을 준비(과방 기능)하는 용도란다.-
-관산에 회원들을 태우고 다녔던 버스다. 과거 새마을운동이 일어나 경운기가 다닐 수 있게 길을 넓혀서 산골까지도 버스가 들어간다.-
-지나던 길의 폐가.. 세월의 무게 때문일까? -
-감나무. 겨울 까치밥으로 남겨둔 주인장의 넉넉한 인심이리라-
다음은 강희종 회장의 설명이다.
* 관은 썪어야 자가룰 받기 시작한다. 하지만 명당이어서 지기가 강하면 안 썪어도, 석관이어도 지기를 받는다.
* 만약 사룡일 경우 부토로 바꾸면 어떨까? 효과가 없다,
* 마사토는 석회분이 많아서 뼈가 삭는다. 그런 곳에 묘소를 만들면 집안에 우환이 생긴다.
* 명당이라면 볼 것도 없다. 저절로 모든 것이 맞게 되어 있다.
* 산소는 산이 뻗어 있는 방향대로 써야 한다. 입수와 전순을 연결한 방향대로 쓴다. 남향에 맞추고 안산에 맞추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다. 안산은 옆으로 위치해도 무관하다.
* 산소가 있을 자리가 명당이 되려면 산세가 매끈해야 한다.
* 화장은 후손에게 나쁘다. 득도 해도 없는 것이 아니다.
다시 출발지로 돌아오면서 버스 내에서 김밥으로 저녁 식사, 상주팀이 내리고 영주팀이 내리고... 이미 차창 밖은 컴컴해진지 오래다. 경북 봉화군 청소년센터에 도착하니 밤 10시 30분이다.
그런데 죽지 않는 방법은 없을까? 개*밭을 굴러도 이승이 좋다고 하지 않은가. 아무리 좋은 자리에 백골로 누워본들 어찌 한뼘 땅 위에 온전히 서 있음만 하리요. 박상구 기자 mast@jinnews.com
